산업인프라 조성 뛰어든 부동산 개발업계…'1000억 메자닌 펀드' 구상

수익보다 생태계 유지

부동산 개발업계가 1000억원 규모의 자체 메자닌 펀드(주식·채권 혼합형)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부동산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등 신규 인프라 사업의 초기 마중물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부동산업계가 동참하는 모양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디벨로퍼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을 주축으로 사모펀드(PEF) 형태의 펀드 조성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협회 임원 워크숍에서도 개발 사업 초기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금융 지원 방안 중 하나로 이 같은 구상이 공유됐다고 한다. 본PF나 기관 자금이 투입되기 전 단계에 인허가와 토지 확보가 필요한데, 초기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사업성은 갖췄지만 선순위 금융 조달 전 자금 공백을 겪는 우량 사업장을 골라 다음 단계 금융으로 이어주겠다는 취지다.

산업인프라 조성 뛰어든 부동산 개발업계…'1000억 메자닌 펀드' 구상

디벨로퍼 업계가 메자닌 펀드 조성에 나선 건 부동산 불황을 스스로 타개하기 위해서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3.88%를 기록했다. 2022년 6월 말(0.66%)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사업 초기 토지 매입에 쓰이는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30%에 육박한다. 부실을 우려한 제2금융권이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사업성을 인정받은 사업장조차 대주단을 꾸리지 못해 멈춰 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마저도 서울 등 수도권에서만 개발 수요가 있을 뿐 지방에선 사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업계에선 부동산 개발이 그야말로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구상은 지난 2월 취임한 김한모 디벨로퍼협회장의 의지기도 하다. 김 회장은 대내외 위기에 처한 회원사를 돕고 독자적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임기 내 공제조합 설립을 완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부동산업계가 물꼬를 트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펀드 규모는 초기 자금 500억원에 외부 금융권 자금을 1대1로 매칭해 총 1000억원 안팎으로 키우는 방안이 거론된다. 나아가 이 1000억원을 종잣돈 삼아 장기적으로 1조원대 공제조합을 설립하는 밑그림도 검토 중이다.

투자 대상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자금난에 처한 우량 사업장의 지분(에쿼티)을 매입해 임대로 운영하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약정을 활용하는 등 회수가 비교적 용이한 안전 자산 위주로 운용해 기반을 다진다. 이후 중장기적으로 주택 개발을 넘어 데이터센터, 태양광, 해상풍력 등 국가적 수요가 높은 인프라 분야로 투자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목표 수익률은 연 8% 안팎이다. 현재 금융권이 체감하는 개발 사업 리스크를 고려할 때 중·후순위 투자자는 최소 15~20% 이상의 수익을 요구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 창출보다는 업계 생태계 유지를 위한 상생 금융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산업인프라 조성 뛰어든 부동산 개발업계…'1000억 메자닌 펀드' 구상

관건은 추진 방식이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협회가 수익을 전제로 하는 펀드를 직접 조성하고 운용하는 데는 법적·절차적 제약이 따른다. 이 때문에 협회는 업계 네트워크와 공신력을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고 실제 펀드 운용은 회원사가 주도하는 사모펀드나 자산관리회사(AMC)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협회는 내부 의견 수렴과 법률 검토를 거쳐 세부 방향을 다듬을 방침이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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