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난 홈플러스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대형마트 경쟁사의 상품 가짓수(SKU)는 3만~4만개에 달하지만 홈플러스 주요 매장들은 일부 가공식품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매대를 자체브랜드(PB)로 채웠다. 신선식품을 진열하던 냉장 카테고리에서 플라스틱 반찬 용기를 판매하거나, 수산물 코너로 운영하던 매대에 접시와 그릇을 쌓아둔 곳도 있다. 올해 들어 직원 월급도 제날짜를 지키지 못하고 1개월 이상 지연되거나 이마저도 분할 지급된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뉴스
이 상황에서 홈플러스 법정관리 담당 재판부인 서울회생법원이 최근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을 다시 연장했다. 회생계획안은 채무자가 진 빚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갚을지를 문서로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법정관리에 돌입한 사업자가 청산하는 것보다 존속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판단한 뒤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당초 지난 3월4일이었던 가결 시한은 이날에 이어 오는 7월3일까지 2개월씩 두 차례 연기됐다. 재판부는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문 매각이 실제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해당 절차가 마무리되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4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뒤 다섯 차례 연장 끝에 지난해 12월29일 이른바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 초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고, 향후 6년간 41개 부실 점포를 정리하며 인력 효율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하림그룹 계열 홈쇼핑 사업자인 NS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세부 계약 조건을 논의 중이다. 이와 더불어 올해 초까지 17개 점포를 폐점하고, 희망퇴직 등을 통해 지난달 초까지 직원 3400여명을 줄이는 등 계획안 일부를 이행 중이다. 지난 3월에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총 1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투입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연합뉴스
이 같은 자구책에도 기본적인 영업활동조차 어려워지면서 홈플러스는 회사를 살릴 마지막 기회라며 외부 지원에 매달리고 있다. 당장 익스프레스 매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지렛대 삼아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 측에 브릿지론(단기임시대출)과 DIP를 통해 단기 유동성 공백을 메워줄 것을 여러 차례 촉구했다. 긴급운영자금대출만 이뤄지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이해와 지지를 구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홈플러스 구성원의 바람대로 직원과 가족, 협력업체, 입점업체까지 10만명에 달하는 이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둘로 나뉜 노조원들은 주요 의사결정마다 여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홈플러스의 후순위 채권인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으로 피해를 본 이들도 "메리츠금융그룹이 후순위 피해자 보호 없는 DIP 대출을 강행하면 업무상 배임죄 등 고소·고발, 진정, 감독 당국 조사 요청, 국회 문제 제기 등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4개월 전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채권을 변제하고 회생절차로 인해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던 경영진의 다짐은 얼마나 지켜졌는가. 시한부로 연명하는 홈플러스 노사가 공적 구조조정 관리 주체의 참여나 자금 수혈 등 절박한 요구에 앞서 곱씹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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