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을 지금처럼 '소득 하위 70%' 고령층에게 주면 20여년 뒤 국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2배로 커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또 기초연금 수급자 4명 중 1명은 소득이 정책적 빈곤선 이상이라 생계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4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동국대 경제학과 홍우형·경상국립대 경제학과 이상엽 교수는 최근 재정학연구에 실린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한 기초연금 개편방안 연구' 논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기초연금은 노인 생활안정을 위해 소득 하위 70% 65세 이상 노인가구에 일정액의 연금을 매월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해 기준 연금액은 월 약 34만원이다.
연구진은 최근 1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장래인구추계 중위 전망치 등을 적용해 현재 제도가 계속 유지될 경우의 재정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정부 예산 대비 기초연금 예산 비중은 2024년 3.08%에서 2048년 6.07%로 높아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초연금 예산 비중도 2024년 0.79%에서 2048년 1.70%로 상승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기초연금이 빈곤층이 아닌 노인에게 지급되는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가 차원의 생계 지원이 필요한 정책적 빈곤선을 '기준중위소득(전체 가구 소득의 중간값) 50% 이하'로 봤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기초연금 수급자를 분석한 결과 24.68%는 이 정책적 빈곤선보다 소득이 높았다. 즉, 기초연금 수급자 4명 중 1명은 사실상 빈곤층이 아니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소득 하위 70%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 노인을 대변할 수 있는 기준점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며 "소득이 충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계층에도 기초연금이 지급돼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기초연금이 수급 범위가 너무 넓고, 소득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을 받는 구조를 지적한 바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연구진은 기초연금 개편을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선 1안은 향후 20년간 지급 대상을 매년 1%포인트씩 줄여 하위 50%까지 맞추되 하위 30%에는 연금을 50% 증액하고 중간 구간은 현행 유지 또는 감액해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2안은 기준중위소득 50% 이하에게만 기준연금액을 주는 시나리오다. 3안은 기초연금을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통합해 '노인생계급여'(가칭)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32%에서 40%로 확대하면서도 절대빈곤층에 지원을 집중하는 구조다. 이 경우 대상 노인의 실질 급여는 평균 약 25만원 늘어나게 된다.
연구진은 "단기적으로는 1안을 통해 정책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수급 대상을 축소한 뒤 중기적으로는 빈곤 수준을 반영할 수 있도록 2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더욱 보편적으로 빈곤 문제를 다루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통합해 하나의 체계 안에서 노인가구의 절대빈곤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며 "생계급여액을 증액하는 노인생계급여를 도입하는 3안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9월 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에 구체적인 방향성을 담겠다는 목표로 기초연금 개편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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