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기 안 준다"…유럽 전문가 "안보 공백, 사실상 악몽"

FT, 유럽 전문가들 인용 보도

미국이 유럽 배치 장거리 미사일 계획을 전격 취소하면서 유럽에서 '안보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감축과 함께 무기 배치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이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이란 전쟁 관련 갈등 속에서 나온 결정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조치로 유럽은 대체 수단 없이 안보 공백에 직면하게 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은 러시아 견제를 위한 나토 억지력 강화 조치였다. 유럽이 장거리 타격 능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제공될 예정이었던 미사일은 사거리 1500km 이상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SM-6 탄도미사일, '다크 이글'로 불리는 신형 극초음속 무기 등을 포함한다. 이는 2024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발표됐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를 '미국의 유럽 방위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반길 것이란 분석이다. 뮌헨 연방군대학의 카를로 마살라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미국이 유럽 안보 보증자로서의 중심 역할에서 물러나고 있다는 것을 크렘린(러시아)에 전달한다"며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이제는 실제 능력으로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미 국방부는 방공·전략수송·위성정보 등 다른 핵심 전력 철수 일정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2일 기자들에게 "(병력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이나 최종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국방 당국자들은 FT에 주독 미군 추가 철수가 이어질 경우 수년간 방어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또 각국이 자체 대체 능력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유럽은 순항·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대부분 초기 단계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유럽에는 더 많은 미사일과 자체 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내부에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의 울리케 프랑케는 "이 신호는 매우 부정적으로, 사실상 악몽"이라며 "나토가 메우려던 군사 공백을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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