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등 유럽 슈퍼마켓에 쥐약 성분이 든 이유식을 갖다 놓고 제조업체를 협박한 용의자가 2일(현지시간) 붙잡혔다.
일간 크로넨차이퉁 등 오스트리아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스트리아 부르겐란트주 경찰은 39세 남성 용의자의 주거지를 급습해 중상해 미수 혐의로 체포했다. 헬무트 마르반 대변인은 "용의자를 조사 중이어서 신원과 체포 경위, 향후 수사절차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당근과 감자' 190g. 힙 홈페이지 캡처
일간 크로넨차이퉁은 용의자가 이유식 제조업체 힙(HiPP)에 보낸 협박 메일과 슈퍼마켓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등에 덜미를 잡혔다고 전했다.
독일의 프리미엄 유기농 이유식 업체 힙은 지난 3월27일 암호화폐 200만유로(34억6000만원)를 보내라는 협박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에는 지난달 2일까지 돈을 송금하지 않으면 오스트리아 부르겐란트주 아이젠슈타트의 슈퍼마켓 인터스파 매장, 체코 브르노와 슬로바키아 두나이스카스트레다의 테스코 매장에 독성 물질을 넣은 이유식 병을 2개씩 갖다 놓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힙은 협박 메일을 뒤늦은 지난달 16일에야 확인했는데 다음 날인 17일부터 아이젠슈타트와 브르노의 슈퍼마켓에서 쥐약 성분 등 독성 물질이 들어간 이유식 유리병이 2개씩 발견됐다. 당국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쥐약 이유식 1병을 추적 중이다. 힙 본사가 있는 독일 바이에른주 수사당국은 관련 자료를 오스트리아에 전달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당근과 감자' 190g이다. 이 제품은 생후 6개월 이상 유아용으로, 유리병이라 정상적인 제품은 열 때 딸깍 소리가 난다. 하지만 쥐약 성분이 들어간 걸로 의심되는 제품은 병 바닥에 빨간 원이 있는 흰 스티커가 붙어있고 열 때 딸깍 소리가 나지 않았다. 힙은 1899년 창업한 가족기업으로, 분유·이유식·유아식을 주로 만든다. 유럽에서는 고급 이유식 브랜드로 매우 유명하며 국내에서도 일부 제품이 시판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식품안전청에 따르면 이유식 병에 들어있는 독성 물질의 주성분은 쥐약에 쓰이는 브로마디올론이다. 이 성분은 비타민 K 작용을 막아서 혈액 응고를 방해하고 내부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사람이 섭취할 경우 초기에는 약간의 피로감 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며칠이 지나면 잇몸 출혈, 코피, 혈뇨·혈변, 멍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심하면 위장관 출혈, 뇌출혈을 일으키게 되고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치료법은 비타민 K를 고용량으로 투여하거나 수혈을 받는 것이다.
크로넨차이퉁은 당국이 추가로 의뢰한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독성 물질이 생명을 위협할 만큼 강력하다면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봤다. 쥐약 성분이 든 이유식을 실제로 먹은 사례는 지금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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