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반도체 사업 부문에 치우쳤다는 불만이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 사이에서 커지면서 노조 탈퇴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노조 탈퇴 신청 글이 급증했다. 하루 100건을 밑돌던 탈퇴 신청은 지난달 28일 500건을 넘었고, 29일에는 1000건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게시판과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탈퇴 인증이 이어졌다.
탈퇴를 선택한 조합원들은 초기업노조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조합원의 이해만 앞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유일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조합원 약 80%가 DS 부문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파업도 DS 부문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노조는 DS 부문에 대해 영업이익의 15%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에 관해서는 별도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에 DX 부문 내부에서 불만이 커진 것이다. 완제품 사업을 맡는 DX 부문은 같은 삼성전자 내 DS 부문의 반도체 가격 인상 영향 등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6% 하락했고 연간 적자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DS 부문 임직원은 1인당 최대 6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을 수 있지만, DX 부문은 성과급은커녕 사업 재편 칼바람을 걱정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노조가 DS 부문 내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에 대해서는 DS 소속이라는 이유로 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점도 DX 부문의 반발을 샀다. DX 부문에서는 노조가 과반 지위를 유지하고 파업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DS 결집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노조가 15일 이상 파업 활동에 참여하는 스태프에게 최대 3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기로 한 점도 갈등을 키웠다. 지난 1월 노조가 쟁의권 관련 신분보장 기금 설립을 이유로 쟁의 기간 조합비를 월 1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렸는데, DX 부문을 외면하는 노조에 지도부 비용에 스태프 수당까지 내야 하냐는 것이다.
노노 갈등이 커지면서 대표성과 파업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전체 초기업노조 조합원 가운데 DX 소속은 약 20%에 불과한 만큼 파업은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