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저층 주거지를 정비하는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이 주택 공급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사업성 부족과 공사비 상승 탓에 현장에서는 사업 지연과 중단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종합건설업 중심으로 굳어진 사업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전문건설업체 참여 폭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에 따르면 고하희 건정연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소규모주택정비 사례 분석을 통한 전문건설업 참여 가능성 연구' 보고서에서 일정 요건을 갖춘 전문건설업체가 자율주택정비사업 등에서 단순 하도급을 넘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 부천시 원종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전후 비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재개발·재건축 같은 대규모 정비사업을 적용하기 어려운 노후 주거지에서 소규모 단위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대규모 개발 가용지 부족과 도시 재생 수요 확대에 따라 도입된 대안적 주택 공급 수단이다. 2017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빈소법)'이 제정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자율주택정비사업·가로주택정비사업·소규모재개발사업·소규모재건축사업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도심 내 신속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책적 중요성은 커졌지만, 실적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8~2021년 전국 준공 사례가 44건에 그칠 정도다. 사업 규모가 작아 일반분양 물량이 제한적인 데다 공사비가 오르면 그 부담이 조합원에게 곧바로 전가되는 구조여서 시공사 선정이 지연되거나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보고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주요 공종을 보유한 전문건설업체가 직접 사업에 참여할 경우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사가 원도급자가 되어 핵심 공정을 통합 수행하면 공사 수행 구조가 단순해지고 공정 간 연계성이 강화되어 실질적인 공사비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종합건설사가 수주한 뒤 전문사에 하청을 주는 구조로 인해 중간 수수료 성격의 관리비와 이윤이 추가된다. 전문사가 원도급자가 되면 이러한 중간 비용이 사라지고 소규모 현장에 최적화된 빠른 의사결정과 직접적인 인력·장비 통제가 가능해져 시공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주요 공종별 업종 등록 현황. 대한전문건설협회
업계 시공 역량 분석 결과 주택 건축의 5개 핵심 공정(철근콘크리트, 실내건축, 상하수도설비, 금속창호·지붕, 도장·습식·방수)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업체는 전국에 36개 사(0.1%)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전체의 0.1%에 불과한 극소수이지만, 소규모 주택 건축에 필요한 공정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정예 집단이 실재한다는 사실에 건정연은 주목했다. 고 부연구위원은 "소규모 주택건축은 공정 간 연계성이 높아 이들 업체가 핵심 공정을 묶어 수행하면 단일 사업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건축물 뼈대를 세우는 철근콘크리트 면허 보유 업체는 전체의 25.5%(1만2485개 사)에 달해 시범사업 등을 통해 공급 주체를 확보할 기초 여건은 마련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전문건설업계는 업역 규제 완화 이후 경쟁 심화와 건설경기 위축으로 기존 하도급 중심 구조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한계를 겪고 있다. 2018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으로 2021년부터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 규제가 폐지돼 상호시장 진출이 가능해졌지만,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공사 시장에 진출하는 규모가 압도적이다. 이에 따라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전문건설업이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평가된다.
고 부연구위원은 "종합·전문 간 업역 규제가 풀린 뒤 경쟁이 심해지면서 전문건설업은 기존 하도급 중심 구조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규모가 비교적 작고 추진 방식도 다양해 전문건설업이 새로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자율주택정비사업처럼 공정이 단순한 유형에서는 전문건설업체가 핵심 공정을 묶어 수행하면 효율성과 안정성이 모두 높아질 수 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실제로 가능한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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