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가운데, 전북 정치권의 눈과 귀는 온통 한 사람에게 쏠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할 것인지를 두고서다. 당적을 잃은 현직 도지사의 선택은 단순한 개인의 진퇴 문제를 넘어, 전북지역 선거 구도 전체를 뒤흔들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연합뉴스
2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김 지사는 공개적으로 결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최근 행보는 출마 쪽으로 방향이 기울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김 지사는 최근 도지사로 복귀한 후 전북 전역의 주요 시·군을 돌며 민심을 살피고, 지지층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내부에서 자체 여론조사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제명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는 결과도 들려온다.
이에 현재 분위기는 김 지사가 출마로 방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현직 도지사로서 쌓아온 행정 성과와 인지도가 당적 박탈이라는 정치적 타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김 지사는 올해 초 출판기념회를 열고 도정 성과를 공개적으로 정리하며 재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민선 8기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메시지였지만, 지금은 사면초가 속에서 내뱉는 '생존 선언'에 가까운 무게를 지니게 됐다. 김 지사도 최근 무소속 출마와 관련해 "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있고, 심사숙고 중이다"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러나 출마 의지와는 별개로, 김 지사를 둘러싼 법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현금 살포 논란에서 촉발된 수사는 갈수록 범위가 넓어지는 형국이다. 애초에 불거진 것은 지난해 말 전주의 한 식당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당원 모임이었다. 당시 김 지사가 참석자들에게 소액의 현금을 건넨 정황이 드러났고, 전북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판단해 수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는 단순히 현금 지급 행위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해당 모임의 식사비 결제 경위를 비롯해, 모임 주선에 관여한 제3자의 역할까지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를 위한 제3자의 기부행위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김 지사에게 적용되는 혐의가 더 무거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 동조 혐의 조사도 진행됐다. 계엄 당시 도청 청사 출입을 통제했다는 의혹으로 특검에 소환된 김 지사는 혐의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채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지지층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설령 출마를 강행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전북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민주당을 등지고 독자 노선을 걷는 것은 지역 유권자의 정치적 정서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무소속 출마가 '소신'이 아닌 '오기'로 비춰질 경우, 현직 프리미엄도 빠르게 희석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조직력의 공백도 현실적인 문제다.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지지 기반 없이 치르는 선거는 자금과 인력, 홍보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 자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실제 선거운동 과정에서 조직적 열세가 드러날 경우 그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하기 이르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반면 불출마를 택했을 때의 시나리오도 밝지 않다. 민주당 복당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이번 선거를 포기하면 정치적 재기의 발판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김 지사 측을 짓누르고 있다. 출마냐 불출마냐, 어느 쪽을 선택해도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김 지사의 참전 여부는 단순히 한 후보의 진퇴를 넘어 전북도지사 선거판 자체를 바꿀 수 있다. 현재 선거는 민주당 후보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진보당, 무소속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인데, 여기에 현직 도지사가 합류할 경우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균열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른바 '친이재명계'와 그 반대편으로 나뉜 민주당 내 갈등이 선거판 위에서 표심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출마 등록 기한이 다가오는 만큼 결정을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김 지사의 무소속 출마를 견제하고 나섰다.
윤준병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최근 SNS에 "'현금 살포'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 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 결정을 한다면 이는 전북도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두 번씩이나 박는 배신행위가 될 것이다"고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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