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만 나도 가슴 철렁"…경북 산불 이재민 셋 중 한 명 PTSD

국립보건연구원·의학한림원 연구포럼
우울 고위험군 24%·불안 16%

지난해 3월 발생한 경북 산불로 피해를 본 이재민들 3명 중 1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2일 국립보건연구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산불 피해 이재민의 장·단기 건강영향조사 및 대응 체계 연구 포럼'을 열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날 발표는 오상훈 의정부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맡았다.

지난해 3월29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야산이 산불로 인해 검게 변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29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한 야산이 산불로 인해 검게 변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22일 발생한 산불은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으로 번졌다. 이 산불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 꼽힌다. 당시 여의도 면적 156배, 서울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약 9만9289㏊가 불에 탔고, 사망자도 27명이나 나왔다. 이재민은 모두 3000명이 넘는다.

연구진은 재난이 발생한 지 약 11개월이 지난 올해 2월 경북 산불 피해 주민 400명(안동시·의성군 각 200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을 통해 우울과 불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PTSD 고위험군은 34.25%에 달했다. PTSD는 심각한 외상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 장애를 뜻한다. 환자는 극심한 불안, 공포, 무력감,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악몽 등을 통해 외상을 입힌 사건을 재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미만의 PTSD 양성 비율이 42.2%로 가장 높았고, 이어 65~74세 미만(31.1%), 75세 이상(29.8%) 순이었다. 살던 집까지 피해를 본 이재민(42.1%)이 그렇지 않은 이재민(28.8%)보다 PTSD를 겪은 비율이 더 높았다.


특히 산불 이후 연기 냄새만 나도 불안하다는 주민은 82.5%였다. 경보음이나 사이렌 소리에 불안하거나 작은 불빛만 봐도 긴장된다는 대답도 각각 58%와 50.2%로 절반을 넘어섰다. 우울 고위험군도 24.0%나 됐다. 우울 증상 또한 주택 피해가 있는 경우는 36.0%로 주택 피해가 없는 경우(15.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또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도 16.25%였다.

오 교수는 "기후 변화로 산불의 빈도, 규모, 지속 시간이 늘면서 물리적 손실을 넘어 집단적 정신건강 위기로 확장되고 있다"며 "생명 위협이나 강제 대피, 주거 상실은 외상성 사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에 따른 PTSD, 우울 등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복탄력성 증진 프로그램을 선제 도입하고, 초대형 재난 맞춤형 장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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