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250주년을 앞둔 미국에서 '영어(English)' 대신 '미국어(American)'를 공식 언어로 지정하자는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영국에서 유래한 명칭을 벗고, 다민족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앞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공화당 소통 전략가 출신인 롭 록우드는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는 '미국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함으로써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 교육, 비즈니스, 문화 분야에서 '영어'를 '미국어'로 대체하는 것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시민들을 더욱 통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우리 중 소수만이 영국계 혈통을 지녔을지라도,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어적 독립을 선언하는 것은 국가가 스스로 줄 수 있는 역사적 선물"이라며 "공식적으로 '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250년이나 늦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기.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픽사베이
미국어라는 개념이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미국 건국 초기인 1789년 사전 편찬자로 알려진 노아 웹스터는 "독립 국가로서 언어에서도 우리만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영국식 기준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후 작가 H. L. 멘켄도 1919년 저서 '미국어'에서 미국식 영어가 독자적인 언어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어 사용은 과거에 실제로 제도화가 시도되기도 했다. 1923년 일리노이주는 '아메리칸 언어법'을 통과시켜 약 46년간 '미국어'를 공식 언어로 명시했다. 같은 해 연방 의회에서도 미국어를 국가 언어로 지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3월 행정명령을 통해 영어를 연방 공식 언어로 지정하며 "공식 언어는 통합되고 결속력 있는 사회의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같은 해 2월에는 멕시코만의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록우드는 이를 언급하며 "지명도 바꾸는 만큼 미국에서 사용되는 언어 역시 이름을 바꿀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제안은 처벌을 수반하는 규제가 아니라 상징적 선언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포용해온 사회라는 점에서, 미국어 도입은 실질적 필요성과 효과를 두고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