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미국 한화 필리조선소와 엔비디아 본사를 찾았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기술을 넘어 '자본 전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첨단기술과 혁신 벤처 생태계의 중심지인 미국을 방문해 금융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다. 권 부위원장은 한국의 기술 경쟁 우위 확보와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국가전략기술과 혁신 벤처기업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는 '생산적 금융'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권 부위원장은 지난 26일부터 엿새간 일정으로 미국 뉴욕, 필라델피아,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조선·방산 등 국가전략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K-엔비디아' 육성 및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자금조달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권 부위원장은 27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를 찾아 데이비드 김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조선소 운영 현황을 청취하고, 도크에서 건조 중인 상선에 올라 직접 현장을 둘러봤다.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적 거점으로,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권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술패권 전쟁이 경제와 산업, 안보까지 좌우하는 시대에 조선과 방산 등 국가전략기술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라며 "정부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국가전략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지속 확보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실리콘밸리로 이동한 그는 28일 IBK 창공 센터에서 현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을 만나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을 점검했다. 투자 발굴부터 회수까지 전 과정을 살펴보며 국내 벤처 생태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성장 단계별 금융 지원을 연계해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엔비디아 본사 방문도 이어졌다. 권 부위원장은 29일 회사 전략사업부문 임원과 만나 피지컬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 비전을 공유하고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한 'K-엔비디아' 육성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앞서 금융위는 AI 반도체 팹리스(설계)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을 국민성장펀드의 직접 투자 1호 기업으로 선정해 총 2500억원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K-엔비디아를 목표로 하는 리벨리온에는 이달 국민성장펀드와 민간 자금을 합쳐 총 6400억원이 단숨에 투입됐다.
권 부위원장은 또한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산은의 'KDB 넥스트라운드'에 참석해 금융이 실물 경제를 견인하는 '기술의 금융화'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 행사에서는 9개의 스타트업이 약 300여명의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넥스트라운드는 2016년 출범 이후 약 9조2000억원의 자금 조달을 지원한 국내 최대 벤처 플랫폼이다.
아울러 권 부위원장은 뉴욕에서는 무역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국민연금 등과 간담회를 갖열고 미국 AI 산업 동향, 금융 보안, 수출금융 및 전략자원 확보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권 부위원장은 "기술패권 전쟁과 투자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시대에 금융이 실물을 이끌 수 있도록 기술의 금융화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의 투자 원칙과 문화가 국내 시장에도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