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예비 배우자 측 가족과 친인척의 세무 정보를 들여다본 국세청 직원들이 무더기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개인적 부탁이나 호기심으로 내부 시스템을 무단 이용한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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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7일 공개한 국세청 정기감사 결과 2023~2024년 사이 국세청 직원 389명이 사적으로 주변인의 세무 정보를 조회하고도 국세청의 정보보안 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국세행정시스템을 이용해 결혼 상대측 가족과 친인척 관련 정보를 열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82명은 자신의 결혼 상대측 친인척 정보를 직접 조회했으며, 307명은 동료 직원의 결혼 상대측 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 중 혐의 가능성이 큰 33명을 선별해 추가 점검을 진행했고, 관련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직원 A는 예비 배우자의 부탁을 받고 증여세 신고서와 결의서 등을 조회했다. 이 과정에서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예비 배우자의 모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관련 증여 내역까지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 B는 예비 배우자의 부친으로부터 "과거 상속세 세무조사 대상에 선정된 이유를 알아봐 달라"는 요청을 받고, 징수결정 내역과 신고 자료 등을 조회·열람했다. 또 "과거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을 국세청이 알게 된 계기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증여세 처리 경위까지 조회한 사실도 확인됐다.
직원 C는 예비 배우자 가족의 소득과 근로소득 지급명세서 등을 조회했다. 이에 대해 C는 "결혼 전이라 특수관계에 해당하지 않는 타인이었고, 민원 대응 차원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민원 접수 기록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같은 행위를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적 조회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8명에 대해 인사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해당 내용을 국세청에 통보했다.
아울러 제도적 허점도 지적됐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혼인신고 약 3개월 전까지 세무공무원이 결혼 상대측 친인척 정보를 조회하더라도 상시 감사에서 자동으로 적발되지 않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사각지대를 보완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세청은 감사 결과를 수용하면서, 향후 '혼인 전 부정 조회' 탐지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정보보안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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