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7000선을 앞두고 있고 코스닥은 25년만에 1200선을 넘어서는 등 역대급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고액자산가들의 투자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부자들은 보수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고액자산가들은 공격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리며 증시 강세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고액자산가들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부동산이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이제 고액자산가들은 부동산을 매각하고 그 자금을 금융자산으로 옮기며 투자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주요 증권사 자산관리(WM) 센터장들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 고액자산가들이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이 이를 역전했다.
강종호 신한금융투자 PIB 강남센터장(상무)은 "주식 비중이 크게 늘었다"면서 "원래 예금, 채권 같은 안전자산과 주식 등 위험 자산의 비중이 6대 4였다면 최근 들어 주식 등이 안전자산을 역전했다. 대개 주식과 채권은 같이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채권시장이 안 좋았어서 주식에 대한 니즈가 높다"고 말했다.
김우식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부서장(상무)은 "올해 증시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본격적인 강세 국면에 진입하면서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주식 비중을 80% 이상으로 확대하는 공격적인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자산을 일부 유동화해 금융자산, 특히 해외 주식과 국내 우량주로 이동하는 비중이 예년보다 약 1.8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조미령 삼성증권 압구정금융센터 SNI지점장은 "국장이 이렇게 좋은 모습은 처음 보다 보니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늘었다"며 "포트폴리오 운영에서 유동성, 채권, 대체자산, 주식 비중을 가져갈 때 다른 자산군의 자금을 지난해부터 국장으로 많이 리밸런싱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액자산가들이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요인으로는 반도체 실적, 정부 정책 등이 꼽힌다. 성시돈 LS증권 여의도점 영업부장은 "반도체 수요의 급증으로 관련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무리 호황이어도 실적이 저조하면 주가 상승이 오래 가지 못하는데 실적까지 뒷받침해주니 탄탄한 곳에 투자한다는 심리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 강화 등을 통해 기업에 적극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등 금융투자에 우호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주식 시장 활황과 정부 정책이 만남으로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식 중에서 고액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것은 역시 반도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와 SK하이닉스 를 많이 담고 있으며 심지어 포모(FOMO·소외 공포감)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김지혜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압구정WM 센터장은 "고객들이 최근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언제 사고팔아야 하는지"라며 "고액자산가들은 국내 시장에서는 실적 개선 주도주인 반도체와 전력기기, 조선주에 많이 투자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AI 전력 인프라처럼 성장이 뒷받침되는 회사 위주로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종호 센터장은 "자산가들 대부분이 원래 채권을 많이 투자한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 등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이들에게 포모가 찾아왔다"면서 "삼성전자 기준 주가가 10만원 넘어갈 때, SK하이닉스는 50만원을 돌파할 때 주식 비중을 늘린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부동산에 대한 비중은 줄이는 추세다. 부동산을 매각해 그 자금을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김지혜 센터장은 "전통 부자들이 많은 압구정동, 청담동은 지역 특성상 다주택자 고객이 많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집을 처분한 고객이 많았고 매각 대금이 자본시장으로 이전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성현희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2센터장도 "예전에는 건물 매수에 대한 의뢰가 많았는데 요즘은 매도하는 것에 대한 문의가 많다"면서 "건물을 매각해서 금융자산으로 들어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금 비중도 줄이고 있다.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성시돈 부장은 "현금 비중이 많이 줄었다. 현금을 놀리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센터장들은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장연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 이사는 "최근 고객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단연 상승장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다"라며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풍부한 유동성과 기업 실적 개선, 정부 정책 지원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성현희 센터장도 "반도체나 전력, 방산 등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밸류업 정책 시행과 함께 기업들도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면서 한국 증시의 저평가 부분들이 해소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기도 연착륙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지수 상단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중간에 단기적인 조정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기업 실적이 꺾이거나 성장률이 줄거나 AI 투자가 축소되거나 하는 시그널이 보이면 조정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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