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껍데기 '86 47' 트럼프 암살 암시? 前 FBI 국장 기소 이유 보니

지난해 5월 SNS 사진이 발단
최대 징역 10년 가능 혐의
형사기소 놓고 정치 공방 확산
코미 "나는 여전히 무죄" 주장

미국 법무부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위협 혐의로 기소했다. 발단은 코미 전 국장이 지난해 5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조개껍데기 사진 한 장이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은 코미 전 국장이 최근 노스캐롤라이나 연방 대배심에 의해 대통령 위협 및 주(州)간 통신망을 이용한 위협 전송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코미 전 국장이 인스타그램에 조개껍데기를 '86 47' 형태로 배열한 사진을 올린 행위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위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가 지운 사진(사진 왼쪽)과 삭제 후 올린 해명 글. 출처=제임스 코미  SNS 갈무리

지난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가 지운 사진(사진 왼쪽)과 삭제 후 올린 해명 글. 출처=제임스 코미 SNS 갈무리

문제가 된 사진에서 '86'은 미국 영어 속어로 '제거한다', '내쫓는다', '더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이는 표현이다. 식당이나 술집 등 서비스업 현장에서 특정 메뉴가 동났거나 손님을 내보낸다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 여기에 '47'은 미국의 47대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킨다는 해석이 더해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법무부는 기소 발표에서 코미 전 국장이 해당 표현이 폭력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상당한 위험을 의식적으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상황을 아는 합리적인 수신자라면 이를 특정인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진지한 의사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법무부는 두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장관 대행은 "미국 대통령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중대한 법 위반"이라며 "누구든 대통령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이 코미 전 국장의 이름값 때문에 주목받고 있을 뿐, 정치인에 대한 위협 사건은 예외 없이 수사와 기소 대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AP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AP연합뉴스

코미 전 국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해당 사진이 폭력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였다고 주장했다. 또 사진이 위협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접한 뒤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코미 전 국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나는 여전히 무죄이며 두렵지 않다"며 "독립적인 연방 사법제도를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기소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코미 전 국장을 상대로 제기된 두 번째 형사 사건이다. 코미 전 국장은 앞서 의회 증언과 관련한 허위진술 및 방해 혐의로 기소됐으나, 해당 사건은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그는 2017년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 연루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비판자로 꼽혀 왔다.


다만 이번 사건이 실제 유죄 판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AP통신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정치적 표현을 폭넓게 보호하고 있어 검찰이 코미 전 국장의 '위협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코미 측 변호인단도 이번 기소가 정치적 보복이자 선택적 기소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둘러싼 긴장이 커진 가운데 불거졌다. 법무부는 최근 정치인을 겨냥한 폭력과 위협이 잇따르고 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코미 측과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조개껍데기 사진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풍자의 경계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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