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기초의회 중대선거구가 2인 선거구로 나뉘는 '쪼개기'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발 방지를 위해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의 선거구 획정 내용을 광역의회(시·도 의회)가 존중해줄 것을 당부했다.
3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 광역의회에서 획정위의 획정 취지와 달리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쪼개는 일이 벌어졌다. 당초 대구 선거구 획정위의 획정안은 2인 선거구 4곳, 3인 선거구 23곳, 4인 선거구 8곳, 5인 선거구 1곳이었다. 하지만 대구시의회는 2인 선거구 18곳, 3인 선거구 23곳, 4인 선거구 1곳, 5인 선거구 1곳으로 바꿔버렸다. 4인 선거구를 대거 줄여 2인 선거구로 만든 것이다.
경북도의회의 경우에도 포항시 기초의회 선거구를 쪼갰다. 포항에서는 33인의 정수를 그대로 유지한 채 3인 선거구의 의원수를 줄이거나 구역을 교체하는 방식 등으로 2인 선거구를 대거 늘렸다. 그 결과 포항시 전체 3인 선거구는 9곳에서 5곳으로 줄었고, 2인 선거구는 1곳에서 7곳으로 늘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김현민 기자
공직선거법 등에 따르면 기초의회의 경우 별도의 획정위를 둬 획정안을 마련하도록 한 뒤, 이를 바탕으로 광역의회에서 조례를 통해 선거구를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의 경우에는 국회에서 이를 수용하거나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획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반면, 기초의회의 경우 공직선거법 제24조의3 제6항이 광역의회의 '존중'만 규정하고 있을 뿐 강행 규정이 없어 사실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앞서 정개특위에서도 이를 우려해 공직선거법 개정안 부대의견에 '시ㆍ도의회는 선거구획정안의 취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의견을 추가했다. 하지만 일부 광역의회가 결국 강행 규정이 없는 점을 악용해 획정위나 정개특위의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민주당 정개특위 위원들은 이와 관련해 "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은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획정위원들이 지난 6개월간 지역별 인구수와 구·군의회 정수를 고려하고 각 정당과 기초의회에 각각 의견을 청취하며 논의한 결과물"이라며 "이를 하루 만에 날치기 밀실 처리로 쪼개놓는 것은 시도의회(광역의회)가 국회는 물론 지역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TK에서도 중대선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북 영주 출신의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국민의힘)은 본회의를 나흘 앞둔 지난 23일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주지역 6개 선거구를 4개 선거구로 줄이고, 각 선거구에서 3인을 선출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중대선거구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박 의장은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행정보건복지위원회의 '쪼개기' 수정안에 맞서 영주 2개 선거구를 3인 선거구로 변경하는 재수정안을 직접 제출했지만 부결됐고 선거구를 쪼개는 안이 통과했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4인 선거구의 경우 소수 정당 등도 진입할 여지가 있게 돼, 이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면 TK나 호남같이 특정 정당 지지율 50% 이상인 곳은 다른 정당 후보가 들어갈 여지가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중앙선관위는 쪼개기 논란과 관련해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하지 않은 시·도의회는 법률의 입법 취지를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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