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투자은행(IB)들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결정이 이란전쟁 종료 후 중동산 원유 공급 확대에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도 같은 맥락에서 UAE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극찬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1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예고했다. 사진은 2004년 3월 한 석유 기술자가 UAE의 제벨 알리 정유시설 내 타워에서 내려오는 모습.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UAE의 OPEC 탈퇴가 중장기적으로 석유 공급 증가 가능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스와 ING그룹 등도 OPEC 쿼터(원유 생산량 할당제)가 사라지면서 향후 UAE가 생산 속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UAE는 다음 달 1일 OPEC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오만 등이 추가된 OPEC+ 동맹을 동시에 탈퇴한다고 예고했다. 이는 산유국 그룹의 글로벌 석유 공급 통제력을 떨어뜨린다. 또 이란 전쟁이 끝나고 걸프 지역 수출 경로가 재개될 경우 UAE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여지를 준다. UAE는 1967년 OPEC에 가입했다.
미 경제매체 CNBC방송은 UAE의 결정을 '충격적인 소식'으로 규정하며 "UAE는 협상 과정에서 항상 중심에 있었고, 갈등이 있을 때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UAE의 OPEC 내 영향력이 컸다고 짚었다. 특히 이란 관련 추가 충돌이 없다면 UAE의 생산량은 단기간 내 400만배럴을 넘어 500만배럴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악시오스와 비즈니스인사이더(BI) 등 외신들도 카르텔의 힘이 약화하면서 가격 통제력이 줄고, 장기적으로 유가를 낮추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쳤다.
이 같은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미국 정책 싱크탱크인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는 2023년 보고서에서 OPEC 쿼터 제약이 사라진 UAE가 자유롭게 증산할 경우 연간 500억달러 이상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UAE의 OPEC 탈퇴를 환영하면서 "대단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종국적으로 유가를 떨어뜨리고 모든 것의 가격을 낮추는 데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을 거론하며 "나는 그를 잘 안다. 아주 현명한 사람"이라며 "아마 자기 길을 가고 싶은 것 같다"고도 했다.
다만 이 같은 관측은 중장기 시나리오로, 여전히 미·이란 전쟁이 유가 향방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유가는 6% 이상 급등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18.03달러로 전장 대비 6.1% 상승했다. 장중에는 배럴당 119.76달러로 고점을 높이며 2022년 6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 종가는 배럴당 106.88달러로, 전장보다 6.9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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