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산업이 어느 모델이 더 똑똑한지 겨루는 '지능 경쟁'에서 누가 더 적은 비용으로 실제 업무를 완수하는지 따지는 '효율성·수익화 경쟁'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똑똑한 AI를 넘어 '가성비 좋은 일꾼 AI'에 지갑이 열린다는 것이다.
최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AI 시장은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수익화(돈을 버는 구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agent·사용자 대신 일을 수행하는 AI)'가 AI 수익화의 열쇠로 꼽힌다. 단순한 '대화형 AI'를 넘어, 기업 업무를 대신 수행하며 수익까지 창출하는 단계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신모델 경쟁의 초점은 종합적 지능 경쟁에서 누가 더 효율적으로 일을 잘하는지로 옮겨간 듯하다"며 "AI가 실제로 돈이 되려면 막연히 똑똑한 것보다는 사용자가 덜 불편하게, 더 적은 비용으로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출시된 GPT-5.5 등 신형 모델은 기존보다 토큰 비용(AI가 사용하는 데이터 단위당 비용)은 높아졌지만, 동일 작업 수행에 필요한 토큰 사용량이 40~70%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비용 효율은 오히려 개선됐다. 이 같은 변화는 AI 경쟁 기준이 '성능'에서 '비용 대비 생산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 커뮤니티(레딧·해커뉴스 등)에서도 지능 점수가 같더라도 복잡한 구현 업무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수행 능력'과 사용자 개입을 줄여주는 '통제 가능성'을 기준으로 모델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황 연구원은 "앤스로픽은 AI 코딩 역량을 기반으로 엔터프라이즈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며 연율화(현재 실적을 연간으로 환산) 매출 기준 오픈AI를 상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오픈AI와 유사한 기업가치까지 인정받으며 신규 투자 라운드가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투자 포인트 자체를 바꾸고 있다. 현재는 AI 서비스 기업보다 관련 인프라 산업에서 먼저 수익이 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황 연구원은 "AI 투자 기회는 성능 우위를 좇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구간에서 발생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I 연산량 증가로 메모리·네트워크·기판 전반에서 병목이 나타나고 있으며, 차세대 서버 구조 전환 과정에서 800VDC(고전압 직류 전력 방식) 도입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단순 계산뿐 아니라 전체 작업을 나누고 조율하는 기능까지 필요해지면서, 이 영역에서 CPU(중앙처리장치)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력 문제도 부담 요인이다. 황 연구원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설비 공급이 부족해 건설이 지연되고 있으며, 구축 기간이 짧은 현장형 발전 설비(온사이트 발전)가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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