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發' 본사 이전론 수면 위로…대기업 지방행 신호탄 되나

수도권 편중 지방 일자리 해결
파급효과 기대감 속 신중론도

지방 경제가 수도권 집중과 청년 이탈로 무너지는 가운데, 풍산그룹의 서울 본사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대기업 본사 이전 논의가 실질적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행보와 맞물려 수도권 일극화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 논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30일 풍산 본사 이전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재계에서는 대기업 차원의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청년 고용 확대 논의가 한층 구체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흐름은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경제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4년 매출액 기준 국내 1000대 기업 가운데 750곳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편중되면서 지역 청년 이탈은 가속화됐고, 이는 다시 노동력 부족과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왼쪽)이 29일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700여개 기업이 참여하며 채용상담부터 현장면접, 역량 개발까지 ‘대한민국 청년 채용의 모든 것’을 제공한다. 한국경제인협회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왼쪽)이 29일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700여개 기업이 참여하며 채용상담부터 현장면접, 역량 개발까지 ‘대한민국 청년 채용의 모든 것’을 제공한다. 한국경제인협회

부산의 경우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0.5%에 그쳐 코로나19로 지역 경기가 침체됐던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 행렬이 좀처럼 멎지 않으면서 지역 경제의 활력이 빠르게 잦아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에 편중된 기업을 분산해 지방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경협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청년, 취약계층 청년 등의 고용 문제를 잊지 않고 다 같이 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풍산의 결단이 다른 대기업의 이전 움직임에도 적잖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사 이전 자체의 경제 효과만 놓고 보면 폭발적이지는 않을 수 있지만, 지역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 일자리 확대와 청년 교육 정책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 현장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 현장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업계 관계자는 "지역의 인구소멸과 청년 인재 유출, 경제 침체 등을 풀어낼 핵심 키워드로 본사 이전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가 제시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풍산의 본사 이전이 곧바로 다른 기업으로 번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주요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수도권에 쏠려 있는 현실에서 지방 이전은 기존 인재 이탈 등 적잖은 위험 부담을 동반한다. 본사를 옮기는 결단을 내릴 만한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제조업이라는 풍산의 업종 특성상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본사가 이전하면 상주 인력이 늘고 그에 따라 주거와 소비 활동이 확대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제조업은 영업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산업이 아니다 보니, 지역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해야 하는 금융업 등과 비교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