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갤럭시 아버지'로 불린다. 과거 수년간 삼성전자에서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직을 역임하며 회사의 스마트폰(갤럭시) 사업을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 결과 얻게 된 수식어다. 산업계에서 손꼽히는 리더였던 그는 '청년의 미래'를 내세우며 2024년 국회에 입성했다. 그해 총선에서 서울 강남구병 지역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올해 의정 활동 3년 차를 맞았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 2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경영을 통해 얻은 경험을 현실 정치에 접목해 온 과정을 전했다. 특히 그는 미래를 위한 준비에 천착했다. 전국 곳곳의 학교 등을 다니며 자신의 경험과 조언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멘토링을 하고 있다. 국회 입성 후 다닌 강연장만 45곳에 달한다. 고 의원은 "젊었을 적 조언 얻을 곳이 없어 책을 보며 올바른 길을 찾았다"며 "청년들은 외로운 시절을 겪지 않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고 의원은 각종 강연에서 만난 학생, 사회 초년생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현장에서 못다 한 상담은 메일을 받는 등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늦더라도 모든 질문에 꼭 답을 하는 편이다. 중요한 질문에는 한 시간 가까이 공을 들여 장문의 글을 쓰기도 한다. 고 의원은 "강연을 들은 100명 중 1명이라도 그의 삶의 궤적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으로써 성공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청년층 고용률과 실업률 지표가 좋지 않고, 구직 활동 없이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이 40만명대에 이르는 등 사회 문제가 커지고 있다. 고 의원은 "과거에는 노력하면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현세대 청년의 어려움을 짚었다. 부동산 과열과 수도권·지방 격차 등의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밝혔다.
고 의원은 자체적으로 강연을 꾸려 '토요캠퍼스'도 운영하고 있다. 대관비 등 최소 비용만 수강료로 받고 전국 단위로 멘토링을 이어가고 있다. 중장기 구상은 '현대식 서원'을 선보이는 것이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은퇴 후 고향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지역 사회에 봉사했듯, 자신과 저명인사들이 청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장(場)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고 의원은 "비영리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고 의원과의 일문일답.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회 입성 당시 청년 미래 키워드를 내세웠다. 우리 사회 여러 과제 가운데 청년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
▲내가 젊었을 때는 누군가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뒤 젊은 사람들한테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래서 주로 책을 읽으며 인생 좌표를 잡았다. 이런 아쉬움이 있어 회사(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있을 때 1년간 사내 직원들에게 한 달에 한두 번씩 썼던 편지를 토대로 2023년 저서를 출간했다. 젊은 사람들,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일하는 방식과 업무 자세 등을 알려주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마침 고문이 되고 난 터라 여러 강연을 진행할 수 있었고, 거기서 회사 바깥에 있는 젊은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주말에 강연하러 가면 보통 1시간 30분을 예상하고 가도 질문이 끊기지 않아 2시간을 넘길 때가 많았다. 이들의 고민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안타까웠고, 개인적으로 조언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마침 국민의힘에서 영입 제안이 왔다. 이때 국회에서 젊은 사람들을 위해 할 일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제도권에서 함께 고민한다면 혼자 하는 것보다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국회 들어올 때 청년 미래와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중소·중견기업 강화, 소외된 약자에 대한 적극적 배려 등 네 가지를 테마로 뒀다. 국회에 와보니 한강 물에다가 깨끗한 물 한 바가지 붓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매일 출근하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국회에 들어온 뒤 청년 멘토링을 위해 건국대·고려대·국민대·서울시립대·연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한양대 등 대학들과 마이스터고(특수목적고) 등 학교를 주로 찾았다. 가업을 잇는 청년 사업가나 선박·화학·게임·화장품업 등 여러 산업군에 종사하는 사회 초년생도 만났다. 그중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을까 싶어 젊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면 일단 갔다. 그동안 갔던 멘토링만 지금까지 18곳에 이른다. 초청 강연(27회)까지 더하면 총 45번 연단에 나섰다.
한 달여간 주말마다 첨단 산업과 역사, 리더십, 멘토링 강연을 하는 '토요캠퍼스'도 자체적으로 운영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각각 1기, 2기 캠퍼스를 열었다. 우리 지역 주민뿐 아니라 전국 단위로 강연을 듣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진행했다. 토요캠퍼스 이(e)클래스 홈페이지도 운영했는데, 현장에서 못 받은 질문을 온라인에서 받아 모두 댓글을 달기도 했다. 어떤 질문은 답을 쓰는 데 40분이 걸리더라. 오는 6월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나면 3기 캠퍼스도 열려 한다.
―청년 멘토링과 토요캠퍼스를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 번은 지역 멘토링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화학 회사에 다니는 영업직 직원이 왔었다. 그 직원은 강연을 들은 뒤 나한테 따로 편지까지 보냈다. 편지에는 멘토링을 들은 뒤 인생이 바뀌고 회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딱 내가 바라던 거였다. 멘토링을 통해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행복하다. 또 한 간호사는 내 일, 남의 일 가리지 않고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오지랖이 넓다, 욕심이 많다며 핀잔을 줬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 책을 읽어보니 자신이 그렇게 사는 게 옳았음을 배웠다고 해 인상 깊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근 '쉬었음' 상태의 청년이 40만명대에 이르고 청년 고용률과 실업률 지표도 악화했다고 한다. 청년 미래가 밝지만은 않은 상황인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굉장히 어려운 얘기다. 솔직히 '답이 딱 이거다' 내놓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시각을 좁혀서 보면 내가 20대 때는 회사에 들어가서 15년 정도 일하면 강남은 아니더라도 서울 언저리에 27평 방 3개짜리 아파트는 살 수 있다는 신뢰와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지 않나. 주택 문제는 철저하게 시장의 수요와 공급 논리로 접근해야 하는데, 지금은 부동산 과열을 잡겠다고 공급 없이 수요만 옥죄니 가격만 오르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주택을 계속 공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도권과 지방 격차가 커지면서 청년 일자리가 편중된 문제도 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기업이 지방으로 갈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쓰고, 지역 청년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기 요금 감면이나 부지 제공 등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사주 입장에서 동남아에 공장을 두는 것보다 국내에 머무는 것이 경쟁력 있겠다는 판단이 들도록 해야 한다.
―청년 미래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구상하는 활동이 있다면.
▲조선 시대 선비들은 은퇴하면 대부분 자기 고향에 내려가 서원을 세우고 그곳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지역민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나도 향후 젊은 사람들을 위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 지금은 국회에 있지만 서울 모처에 서원을 선보이려 준비하고 있다. 일주일 중 날을 정해 그곳에 머무르며 청년들이 찾아오면 멘토링을 하고, 나와 알고 지내던 인사들도 재능 기부를 하도록 만들고 싶다. 모든 젊은 사람이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목표다. 특정 인원을 선발해 해외 유학 기회를 주는 등 지원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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