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리알화 가치 폭락…한때 달러당 182만리알

1년새 반토막…美 해상봉쇄 여파
이란 정부 대응에도 속수무책…"최악의 상황"

미국의 해상 봉쇄가 지속되며 이란의 리알화 화폐 가치가 한때 달러당 182만리알까지 폭락했다. 이는 사상 최저치다.


30일 이란 외환 전문 웹사이트 본바스트닷컴에 따르면 이날 달러당 리알화 환율은 1달러당 177만리알을 기록하고 있다. 이란화는 전날 한때 달러당 182만리알까지 폭락했다. 리알화는 지난해 5월1일 평균 달러당 82만7000리알을 기록했는데, 1년 새 가치가 반토막 난 것이다. 달러당 리알화 환율이 오르면 리알화 가치는 그만큼 하락한다.

이란 리알화 지폐. EPA연합뉴스

이란 리알화 지폐. EPA연합뉴스


리알화 가치는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한때 하락하기도 했으나 최근 두 달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그런데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가 이어지며 다시 폭락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달 28일 리알화 가치 하락을 언급하며 미국의 경제적 압박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리알화 급락이 이란의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수입품과 포장재, 원자재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란 경제는 수십 년간 제재를 받으며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온 데다 생필품은 물론 전자제품, 산업용 원자재 등 수입품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다. 원유 판매를 통한 외화 확보를 핵심 수입원으로 삼는 상황에서 바닷길이 막혔으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끊겼다고 볼 수 있다.


이란 세관 당국에 따르면 3월20일 끝난 이란력 기준 1년간 비석유 교역 총액은 약 1100억달러였으며 이 중 580억달러가 수입으로 전년 대비 약 16% 감소했다. 2월20일~3월20일 비석유 교역액은 64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월(130억달러) 대비 약 절반에 불과하다.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으로 교역이 반토막 난 것이다. 여기에 주요 무역 파트너였던 아랍에미리트(UAE)와 갈등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제재를 회피해 석유를 판매하는 이란의 그림자 선단을 나포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항구, 철강·석유 시설, 발전소 등 주요 인프라를 타깃으로 공습에 나서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전날 이란 군부의 돈줄인 일명 '그림자 금융' 관련 개인과 기업 35곳을 상대로 제재를 부과했다.

알자지라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국경 지역에서 필수 물자 수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식량 구매를 위해 국부펀드에서 10억달러를 배정하는 등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또 해상 무역로 대신 육로를 통해 상품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중앙은행에 따르면 3월21일~4월20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7%를 기록했다. AP통신은 지난달 이란의 닭고기 가격은 75%, 소고기와 양고기 가격은 각각 68% 뛰었다고 전했다. 마흐디 고드시 빈 국제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란은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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