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3연속 동결…의장 교체·이란 전쟁에 매파적 기조 강화

위원 3명은 '매파적' 동결 주장
인하 암시 문구 삭제 요구
브렌트유 4년 만에 최고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에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소수 의견이 4명이나 등장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견해 차이가 커졌음을 확인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퇴임을 앞둔 리더십 교체기까지 겹치면서 '매파적 동결' 목소리가 등장한 점도 눈길을 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9일(현지시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Fed는 지난해 9·10·12월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한 이후 올해 1월과 3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2.50%)과의 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유지됐다.

Fed는 금리 동결 배경으로 높은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Fed는 성명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은 최근의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일부 반영해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며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는 경제 전망에 대한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이 어떻게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에너지의 경우 말하기 매우 어렵다"며 "유가 충격은 대개 일시적이고 되돌림 현상이 있고, 통화정책은 시차를 두고 작동하기 때문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답했다.


다만 "에너지 충격을 무시할지 여부는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니다"며 "아직 정점에 이르지도 않았고, 그 충격이 지나가는 국면과 관세 문제의 진전을 확인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금리 기대치에 따라 움직이는 2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3.93%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4.42%까지 올랐다.

3명은 '완화 편향' 문구 삭제 주장…매파적 목소리 등장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내부 균열이다. 기존에는 소수의견이 1~2명에 불과했으나, 4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1992년 10월 이후 34년 만이다.


스티브 미란 Fed 이사만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반면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에는 찬성했지만, 성명에 '완화 기조'를 시사하는 표현에 반대했다.


Fed, 3연속 동결…의장 교체·이란 전쟁에 매파적 기조 강화

문제의 표현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의 '추가 조정'(additional adjustments) 범위와 시기를 고려하면서, 위원회는 입수되는 데이터, 진화하는 전망, 그리고 리스크의 균형을 신중히 평가할 것이다"는 성명서 세 번째 문단을 말한다.


보통 Fed는 FOMC 종료 후 성명서에서 향후 금리 조정의 방향성을 시사하는 문구를 넣는다. 4월 성명서는 3월과 마찬가지로 '추가 조정 범위와 시기'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금리 인하를 고려하던 시기에 등장한 '추가 조정'이란 표현을 유지하는 것은 인하 신호로 읽힌다.


블룸버그는 1월 이후 더 많은 위원이 금리 인상 가능성도 담긴 문구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번 성명서는 수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해당 문구가 왜 유지됐느냐'는 질문에 "중립적인 스탠스로 (문구를) 바꾸는 것을 지지하는 위원들의 수가 늘었다"라면서도 "다수는 아직 그 변화를 원하지 않았고, 저 역시 이번 회의에서는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변경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향후 30일, 60일 동안 일어나는 일들, 심지어 다음 (6월) 회의 전까지도 그 표현을 둘러싼 배경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위원들은 전쟁이 없어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실제 인상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지금 당장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은 없다"며 "다만 중립적 스탠스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이는 타당한 논쟁이다"고 답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리서치 책임자인 수바드라 라자파는 "이번 반대 의견은 우리와 시장을 분명히 놀라게 했다"며 "향후 FOMC 회의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파월 "인플레이션 불안정"

Fed 내부에서 매파적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우려 탓이다. Fed 관계자들이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치는 에너지 가격 급등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언론 악시오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합의에 동의할 때까지 이란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6.1% 급등한 배럴당 118.03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배럴당 119.76달러로 고점을 높이며 2022년 6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의 2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년 동월 대비 2.8%,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는 전년 동월 대비 3.0%, 전월 대비 0.4% 올랐다.


근원 PCE 상승률은 지난해 4월 2.6%까지 하락했으나 상승세로 돌아선 후 둔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다. Fed는 PCE 상승률을 인플레이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파월 의장은 '유가 상승이 근원 인플레이션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 가능성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아직 불확실하다"며 "현재 정책은 기다리며 지켜보기 좋은 수준(중립금리 상단)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시장은 안정적이지만 인플레이션은 다소 불안정한 모습이다"며 "유가 충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고, 호르무즈 해협이 얼마나 오래 막힐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기다리며 상황을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