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협조 문제로 미·영 관계가 냉랭해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만나 양국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했다. 찰스 3세는 오벌오피스의 상징인 '결단의 책상' 설계도 복제본을 선물하며 미·영 친선의 의미를 더했다.
30일 연합뉴스TV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찰스 3세 국왕에 대한 국빈 환영식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공습 협조 문제로 미·영 관계가 냉랭해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만나 환영식을 열었다. AP연합뉴스
최근 이란 관련 군사 대응 과정에서 영국 정부와 긴장 기류를 이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환영사에서는 양국 간 우호와 역사적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의 지성과 열정, 헌신이 영국은 물론 미국과 영국 사이의 소중한 유대 관계에 축복이 돼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런 관계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이란 공습과 관련해 영국군 기지를 제공해 달라는 미국 측 요청과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 달라는 요청을 잇달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향해 불만을 드러내며 양국 관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갈등보다 '공동의 역사'와 '동맹'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올해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건국 25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 선조들의 뿌리가 영국에 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독립을 쟁취한 뒤 수 세기 동안 미국인들에게 영국인보다 더 가까운 친구는 없었다"며 "우리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같은 가치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급 인사들 사이에서는 상징성 있는 선물도 오갔다. 찰스 3세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벌오피스의 대표 상징물인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의 1879년 설계 도면 복제본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결단의 책상은 1880년 빅토리아 영국 여왕이 러더퍼드 헤이즈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책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벌오피스의 대표 상징물인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 AP연합뉴스
영국 군함 HMS 레졸루트호의 잔해 목재로 제작됐으며, 이후 미·영 친선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답례로 존 애덤스 전 미국 대통령이 1785년 존 제이 당시 미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신의 사본을 액자에 담아 전달했다. 당시 주영 미국대사였던 애덤스 전 대통령은 이 서신에서 조지 3세 영국 국왕과의 만남을 언급하며 양국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커밀라 왕비는 영국 왕실 보석 공급업체가 제작한 브로치를 선물했고, 멜라니아 여사는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은 티스푼 6개 세트와 백악관 벌집에서 생산된 꿀 한 병을 전달했다. 이 가운데, 백악관은 이후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국빈 환영식 사진을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이 함께한 사진에 "두 명의 왕"이라는 문구를 붙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책상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7개의 책상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중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의 책상'과 함께 들여놓은 것으로 알려진 'C&O 책상'은 1920년 체서피크 & 오하이오 철도 소유주를 위해 제작된 책상이다. 이 책상은 1987년 백악관에 기부됐으며,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오벌오피스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 책상을 백악관 서쪽 별관 연구실에서 사용했다.
트럼프가 '결단의 책상' 대체품으로 들여놓은 'C&O 책상'은 1920년 '체서피크 & 오하이오 철도(Chesapeake & Ohio Railway)' 소유주를 위해 제작한 것이다.이후 1987년 백악관에 책상을 기부했고,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미국 대통령 책상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결단의 책상이다.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등 여러 대통령이 사용했으며, 역사적 장면과 함께 자주 언급돼 왔다. 결단의 책상 외에도 '윌슨 책상', '후버 책상', '시어도어 루스벨트 책상', '존슨 책상', '파트너스 책상' 등이 백악관 대통령 책상으로 꼽힌다.
'윌슨 책상(Wilon Desk)'은 율리시스 S 그랜트 대통령 당시 헨리 윌슨 부통령이 사용하던 책상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사용했다. Gerald R. Ford Presidential Library
윌슨 책상은 율리시스 S. 그랜트 대통령 시절 헨리 윌슨 부통령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사용했다. 후버 책상은 백악관 서쪽 별관 화재 이후 미시간주 가구 제작자들이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위해 기부한 책상이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도 이 책상을 사용했으며, 현재는 뉴욕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후버 책상(Hoover Desk)'은 백악관 서쪽 별관 화재 이후 집무실과 내부 물품이 심각하게 손상된 이후 미시간주 가구 제작자들이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위해 기부한 책상이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도 이 책상을 사용했으며 현재는 뉴욕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Franklin D. Roosevelt Presidential Library
시어도어 루스벨트 책상은 1903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을 위해 제작됐다.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부터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까지 여러 대통령이 사용했으며, 1929년 백악관 서쪽 별관 화재로 피해를 보았다. 존슨 책상은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부터 사용하던 개인 책상이다. 역대 대통령 책상 가운데 단 한 명의 대통령만 사용한 책상으로 기록돼 있으며, 현재는 텍사스주 오스틴의 린든 B. 존슨 대통령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책상은 1903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을 위해 제작됐다.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부터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까지 여러 대통령이 사용했으며, 1929년 백악관 서쪽 별관 화재로 피해를 보았다. 사진은 해리 트루만 박물관에 있는 복제품. Harry S. Truman Presidential Library and Museum
파트너스 책상은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형태의 책상이다. 이번 찰스 3세 국왕의 선물은 오벌오피스의 상징인 결단의 책상을 매개로 미·영 관계의 역사성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문제를 둘러싼 양국 정부 간 긴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왕실과의 만남에서 전통적 동맹 관계를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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