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막았지만, 직원들 희생에 기대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람의 발 대신 기술의 눈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2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봄철 대형 산불 특별대책기간 성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특별대책기간 동안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고 전국 현장을 누빈 그는 "전사적 대응과 범부처 공조가 대형 산불 '제로'라는 결과를 만들었다"며 "다음 단계는 인력 중심 대응을 첨단 기술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식 산림청장이 지난 2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대형 산불특별대책기간 운영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산림청
◆'인해전술'로 막아낸 산불…수치로 증명된 전사적 노력
올해 산림청은 산불 대응에 나름의 성과를 냈다. 3월 14일부터 4월19일까지 특별대책기간 중 발생한 산불은 총 98건으로 소실 면적은 24.3ha에 그쳤다. 지난 10년(2016~2025년)간 3·4월 평균 168건 발생에 피해 면적이 1만 1483ha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건수는 41.6%, 피해 면적은 99.8% 감소한 수치다. 특히 단 한 건의 대형 산불도 허용하지 않는 '제로(0)' 기록을 세웠다. 박 청장은 "최근 40여년간 3월 산불 발생 위험은 20번째, 4월은 14번째 높은 것으로 예측될 정도로 산불 발생 위험이 높았다"면서 "지난해보다 7배나 늘린 1만 4000여 명의 기동단속 인력을 투입해 불법 소각과 무단 입산을 원천 봉쇄한 전사적 대응과 범정부 협업 체계가 시너지를 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언제까지 주말 반납할 순 없어"…ICT로 체질 개선 모색
성과는 뚜렷했지만, 박 청장의 고민은 깊다. 대다수 직원이 주말 현장 감시까지 병행하는 '인해전술'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특별대책기간 산림청 본청과 소속기관, 공공기관 등 인력은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고 투입돼 입산통제구역 무단출입과 산림인접지역 불법소각, 산림 내 취사·흡연 등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마을회관 등 현장을 찾아 산불 예방 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주말부부 직원들은 4~6주간 가족과 생이별해야 했다. 박 처장은 5월 1일이 63년 만의 노동절 휴일로 지정됐지만, 직원들이 마음 편히 쉬기 어려울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는 "올해는 직원들의 헌신으로 대형 산불을 막아냈지만, 앞으로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박 청장은 '첨단 기술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 청장은 "어쩌면 인력 100명보다 드론 1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산불 감시 특화 드론 팀을 신설하고, AI와 ICT 기술을 결합한 CCTV, 인공위성 등을 활용해 현장 인력의 부담은 줄이고 감시 사각지대는 더 촘촘히 메우겠다"고 밝혔다. 직원 보상과 회복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청장은 5월 15일 산불조심기간 종료 후 심리 회복과 재충전을 위한 10여 종의 '회복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산림은 '녹색 자산'…보존과 활용의 황금비율 찾는다
산불 대응도 중요하지만 산림을 가꾸고, 자원으로써 효율성 있게 활용하는 것도 산림청의 근원적 책무다. 박 청장의 시선은 산불 예방·차단을 넘어 산림의 경제적 가치로 향하고 있다. 그는 산림을 탄소 중립과 순환경제를 위한 '핵심 자산'으로 정의했다. 특히 목재를 화석 연료 대체 자원으로 활용하거나, 펄프·제지 및 바이오 플라스틱 등 녹색 산업으로 연결하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박 청장은 "산불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라며 "올바른 산림 경영을 통해 숲을 풍요로운 녹색 자산으로 가꾸어 후대에 물려주는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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