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관계의 곡선은 언제든 변한다. '1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시간을 거스르는 상상이 부질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해도 결과를 보증할 수는 없다.
결과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선택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만든다. 특정 시점의 선택은 하나의 변수일 뿐이다. 삶이 예정된 결과물의 이어짐이라면 그런 인생은 과연 행복할까. 정해진 움직임을 이어가는 기계의 삶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판의 바둑도 인생의 교훈과 맞닿아 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판단하고, 때로는 후회한다. 결과를 되돌릴 수 없기에 다시 길을 찾는 과정을 이어간다. 후회의 굴레에 갇혀 있는 것은 자기 앞길을 훼방 놓는 자충수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길을 찾아가야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렇게 타개의 묘미에 빠져들면 바둑의 매력에 새삼 눈을 뜬다.
자기의 선택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 그런 의미에서 바둑은 예술과 많이 닮았다. 내 생각과 의도에 따라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불규칙하게 배열된 것처럼 보이는 바둑 모양이라도 그 안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다. 바둑에서는 이를 기풍(棋風)이라 한다. 독특한 방식이나 개성이 그의 바둑에 녹아 있다는 의미다.
바둑은 집착과 미련을 누가 먼저 버리느냐의 싸움이다. 현재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에서 벗어난다. 욕심이 과하면 미련은 더 무겁게 다가온다. 과거의 선택에 집착하는 사이 상대는 단단히 공간을 방비한다. 자기 페이스를 잃은 이를 대상으로 손쉬운 승부에 임한다. 승부의 향방은 뻔하다.
과거에 시선을 고정한 자와 미래를 바라보는 자의 대결, 관전자는 누구에게 베팅할까. 어렵지 않은 물음에 많은 교훈이 녹아 있다. 미련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는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게 된다.
흑과 백돌의 세계에서 확인된 문법은 정치에서도 반복된다. 선거에서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정치인은 관전자, 즉 유권자의 시선을 모은다. 흥미로운 내용의 공약을 내놓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삶의 궤적과 주장의 일관성, 현실 가능한 설계와 정책 추진력까지 더해져야 기대는 믿음으로, 다시 지지로 연결된다.
선거의 계절이다. 주요 정당의 후보 공천도 마무리되고 있다. 5월이 오면 거리 곳곳에 후보자 포스터와 각종 현수막이 내걸린다. 형형색색 메시지에는 많은 정보가 있다.
상대를 헐뜯는 내용도,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도 그 안에 녹아 있다. 어떤 후보가 과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지, 누가 미래를 향한 기대를 품게 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요소다.
우리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정치인에게 유권자는 마음을 내어줄 준비가 돼 있다. 지친 삶을 위로하며 더 나은 내일을 설득한다면 그에게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렇게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면 이번에 부름을 받을 것이고, 아직 노력이 부족하다고 여긴다면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한다. 선거의 역사는 말한다. 과거에 묶인 자는 미래의 수를 두는 자를 넘어서기 어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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