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반출된 분청사기, 100년 만에 돌아와 보물 된다

2018년 환수 편병 등 일곱 건 지정 예고
범어사 벽화·산수인물도첩 등 포함

분청사기 음각선어문 편병.

분청사기 음각선어문 편병.


국가유산청은 '분청사기 음각선어문 편병'과 '부산 범어사 대웅전 벽화',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관음보살 벽화', '임실 진구사지 철조여래좌상', '완주 위봉사 목조관음보살입상 및 지장보살입상', '여수 흥국사 제석천·천룡도', '전 이경윤 필 산수인물도첩' 등 일곱 건을 보물로 지정한다고 30일 예고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분청사기 음각선어문 편병은 15~16세기 전라 지역에서 제작됐다고 추정된다. 물레로 둥근 병을 만든 뒤 몸통을 두드려 면을 만들고 굽을 깎은 편병이다. 백토를 바른 뒤 끝이 날카로운 도구로 백토 면을 긁어 문양을 새기는 음각 기법으로 제작됐다. 편병 앞뒷면과 양 측면에 자유분방한 구성의 추상적 선문이 표현돼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 소장가가 구매해 국외로 반출됐다가 2018년 국내 소장가가 공개 구입해 환수했다.

부산 범어사 대웅전 벽화.

부산 범어사 대웅전 벽화.


범어사 대웅전 벽화는 대웅전 내부 동·서쪽 벽에 그려진 불화 네 점이다. 중앙 주불단 뒷벽의 영산회상도를 중심으로 동쪽 벽에는 약사여래삼존도, 서쪽 벽에는 아미타여래삼존도를 배치해 삼불 신앙 세계를 구현했다. 삼불 신앙은 임진왜란·정유재란 뒤 황폐해진 불교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전통이다. 양쪽 옆문 위쪽 벽에는 동쪽에 관음보살도, 서쪽에 달마·혜가단비도가 배치돼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공간적 삼불 세계를 구현한 벽화와 관음보살·달마대사 벽화가 한 공간에 함께 있는 사례는 범어사 대웅전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관음보살 벽화.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관음보살 벽화.


내소사 대웅보전 관음보살 벽화는 대웅보전 후불벽 뒷벽에 그려진 작품이다. 머리까지 백의를 걸친 백의관음보살이 보타락가산 암벽에서 선재동자를 맞이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관음보살 보관 중앙의 태극문은 의겸 일파가 제작한 개암사 괘불 등에 표현된 것과 같아 같은 화승 집단이 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진구사지 철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하대인 9세기 말~10세기 초 조성됐다고 추정된다. 손과 일부 신체는 결실됐으나 균형 잡힌 비례와 정제된 조각 수법을 보여준다. 역삼각형 얼굴, 작고 단정한 턱과 입, 가는 눈매 등은 9세기 후반 철불의 전형적 요소다. 신체의 잘록한 허리, 팽만한 가슴, 부드러운 옷 주름 등에서 통일신라 전성기의 조형 전통이 엿보인다.

임실 진구사지 철조여래좌상.

임실 진구사지 철조여래좌상.


위봉사 목조관음보살입상 및 지장보살입상은 1605년 위봉사 북암에 봉안하기 위해 조성된 사보살상 가운데 두 점이다. 현재는 위봉사 보광명전에 봉안돼 있다. 수조각승 원오를 비롯해 조각승 다섯 명이 참여해 제작했다. 원오는 임진왜란 뒤 조각승 유파 형성 초기 단계에서 활동한 대표적 장인이다. 이 작품은 1989년 도난당했다가 2016년 환수됐다. 이 과정에서 유실된 보관 및 지물은 근래 조성돼 함께 모셔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임진왜란 직후 제작된 가장 이른 시기의 기년작 보살입상"이라고 부연했다.


흥국사 제석천·천룡도는 대웅전에 모셔진 중단탱화다. 제석천도 한 폭과 천룡도 한 폭을 각각 그린 뒤 이를 한 쌍으로 구성했다. 1741년 의겸의 화풍을 계승한 수화승 긍척의 주도로 여러 화승이 협업해 완성했다.


전 이경윤 필 산수인물도첩.

전 이경윤 필 산수인물도첩.


전 이경윤 필 산수인물도첩은 조선 중기 문인화가 이경윤(1545~1611)의 작품으로 전하는 산수인물도가 수록된 화첩이다. 1~9면에는 이경윤 작품으로 전하는 산수인물도가, 10~13면에는 작자 미상의 금니산수가, 14~22면에는 작자 미상의 화조도 및 인물도가 수록돼 있다. 선조대 문장가 최립(1539~1612)이 1598년 겨울에서 1599년 정월 사이에 쓴 제화시와 발문도 들어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조선 중기 문인 문화의 교류, 작품 수집과 감상, 화첩 형성 과정 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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