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처럼 뻗은 5개 로봇 손가락이 너트를 들었다. 너트에 맞춰 자동차 휠과 바퀴를 든 로봇 팔은 옆으로 이동하는 차체에 맞춰 바퀴를 장착했다. 불과 10여초 만에 5개 너트를 동시에 조였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물 흐르듯 이동하는 차체에 순식간에 바퀴 4개가 조립됐다. 작업자 한 사람이 바퀴를 들고, 다른 사람이 커다란 임팩트 렌치로 조립해야 했던 2인 1조의 고된 작업은 커다란 로봇 팔이 대체했다. 그 결과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이 줄었으며, 컨베이어를 멈출 필요도 없어 생산성은 늘었다.
28일 한국GM 창원공장에서 휠·타이어 장착 자동화 조립 로봇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GM
지난 28일 방문한 GM 한국사업장(한국GM) 창원공장은 가동률 95%를 웃돌았다. 제너럴모터스(GM) 그룹의 세계 공장 중에서 가동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선제적인 자동화에 있었다. 휠·타이어 장착 자동화 조립 로봇에 이어 작년 8월에는 카메라와 센서 등 비전 시스템을 활용해 소형 부품의 조립 작업을 세팅하는 빈 피킹(BIn picking) 시스템이 GM 공장 중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동우 한국GM 생산부문 부사장은 "창원 공장은 글로벌 지침에 맞춰 제대로 지어진 공장으로, 그 자체로 '마더 팩토리(핵심생산기지)'"라며 "많은 외국 임직원이 창원 공장에 방문해 자동화 등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배우고, 세계에서 가장 처음 도입한 자동화 설비를 보고 간다"고 설명했다.
28일 한국GM 창원공장에서 직원들이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조립하고 있다. 한국GM
28일 한국GM 창원공장에서 직원들이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조립하고 있다. 한국GM
2019년부터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한 한국GM 창원공장은 7년 만에 누적 생산 200만대를 돌파했다. 이 두 차종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미국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에 등극하면서 창원공장은 GM그룹 글로벌 생산기지의 성공사례가 됐다.
1991년 경차와 경상용차 생산 전용으로 가동을 시작한 창원공장은 2022년 GM이 9000억원을 투자하며 소형 SUV 생산공장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창원공장은 총면적 73만여㎡ 부지에 3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GM의 투자를 계기로 창원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트랙스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수출 1위를 차지했으며, 현재까지 100만대에 가까운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총 29만6658대가 수출됐는데 미국 시장에서 26만4855대가 판매되며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 약 2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트레일블레이저도 사륜구동(AWD) 시스템을 포함한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다양한 주행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활용성을 갖추며, 2020년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이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생산총괄 부사장이 28일 한국GM 창원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GM
윤명옥 GM 한국사업장 최고마케팅책임자 겸 커뮤니케이션 총괄 전무(왼쪽부터)와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생산총괄 부사장, 이동우 GM 한국사업장 생산부문 부사장, 방선일 GM 한국사업장 구매부문 부사장. 한국GM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생산총괄 부사장은 "200만대 생산 기록은 단순히 수치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200만여 가족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미국에서 사는 두 딸도 트랙스를 운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42만2792대가 판매돼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 약 4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며 "한국에서 생산된 차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요와 성과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투자를 통해 한국 사업장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국내 사업장에 6억달러(8800억원)를 투자해 창원공장의 성공모델을 이어갈 예정이다. 3억달러는 한국 생산 소형 SUV 모델 상품성 강화와 공장 성능 향상을 위한 투자이며, 나머지는 생산 설비 및 운영 인프라 강화 차원의 투자다.
GM은 이를 통해 생산 설비 고도화와 신규 프레스 기계 도입을 포함한 시설 현대화, 안전 인프라 및 작업 환경 개선, 운영 효율성 향상 등을 추진, 제조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마산 가포신항에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7500대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GM
카트리 부사장은 한국GM의 철수설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5200t 프레스 설비 설치 등과 같이 말보다는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철수설을 불식하고자 한다"면서 "어떻게 공장을 지속적으로 가동하고, 노조와 협력해 생산을 최대화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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