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카르텔이 무너진다…"그래서 기름값 내려요?" [주末머니]

UAE "1일부로 OPEC·OPEC+ 탈퇴"
사우디 이어 생산 여력 2위 국가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시 유가 하방 압력 커질 것

원유 시장의 '빅플레이어'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라는 오랜 울타리를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끈끈했던 '기름 카르텔'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시 유가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 맘대로 팔고 싶다" 억눌렸던 생산 본능 폭발

앞서 UAE는 지난달 28일 국영 언론을 통해 "5월1일 OPEC과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를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석유 카르텔이 무너진다…"그래서 기름값 내려요?" [주末머니]

키움증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산유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생산 능력이 줄었지만, UAE의 생산 가능 산유량은 꾸준히 확대됐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UAE의 일평균 생산능력은 약 430만배럴이나, 생산 쿼터는 일평균 약 340만배럴로 제한됐다"며 "UAE는 그동안 장기간 지속되는 감산 기조에 대해 수시로 불만을 보였다"고 짚었다.

실제로 2021년 감산 연장을 두고 사우디와 이견이 발생해 회의가 취소됐고, 2023년 초에도 탈퇴 가능성이 언급된 바 있다. OPEC 울타리 속에서 쌓인 답답함이 결국 '자발적 이탈'로 이어진 셈이다.

생산가 낮고 타산업 발달…"유가 내려가도 우린 괜찮아"

국제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는 UAE가 가진 압도적 '비용 경쟁력' 때문이다. UAE는 걸프 산유국 중 재정 균형 유가 레벨이 최저 수준이다.


IMF(국제통화기금) 발표에 따르면 사우디와 이라크의 올해 재정균형 유가 레벨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6.6달러다. 반면 UAE는 49.9달러에 불과하다. 심 연구원은 "WTI가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0~15달러가량 낮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WTI가 미국과 이란 전쟁 이전 수준인 60달러까지 내려가더라도 재정 흑자를 유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산업 다각화에 성공한 점도 무기다. UAE는 비석유 부문이 GDP(국내총생산)의 약 74%를 차지하며, 이미 2015년에 비석유 수출이 석유 수출을 역전했다. 유가가 떨어져 경쟁국들이 고통받을 때, UAE는 증산을 통해 점유율을 확보하며 버틸 체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당장 기름값 떨어질까? '호르무즈 봉쇄'라는 변수

다만 실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표를 바꾸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져 중동 상황이 여전히 험악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걸프 산유국의 생산 감소가 확인된 만큼, 평화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증산이 발생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3월 UAE의 산유량은 일평균 216만배럴로 2월 대비 40% 축소된 상태다.

석유 카르텔이 무너진다…"그래서 기름값 내려요?" [주末머니]

만약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상이 진전돼 수송로가 정상화된다면, 유가 하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심 연구원은 "수출이 정상화되는 국면에서는 UAE 산유량이 회복될 것으로 보이고, UAE의 이탈로 OPEC의 감산 협력 의지도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3일 사우디 등 OPEC+ 내 주요 산유국의 6월 산유량 결정 회의로 쏠린다. 심 연구원은 "회의 결과가 단기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 유가 방향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UAE 탈퇴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정책 회의인 만큼, 사우디를 중심으로 잔여 회원국의 대응 방향이나 생산쿼터 조정 등 생산 전략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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