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상표 탐라해상풍력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산 기자재를 쓰니까 손쉽게 자재를 조달할 수 있었다. 그만큼 수리 기간이 짧아지고 이용률도 올라갔다." 지난달 16일 제주 한경면 두모리 사무실에서 만난 은상표 탐라해상풍력 대표는 국산 터빈을 사용한 효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17년 9월 준공한 탐라해상풍력은 국내 첫 상업 운전 해상풍력이다. 올해로 가동한 지 9년째를 맞고 있다. 2006년 사업허가를 받았지만 2015년에서야 착공할 수 있었다. 최초 해상풍력이다 보니 주민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고 이에 따라 각종 인허가 절차가 지연됐다.
지금 탐라해상풍력은 당초 우려와 달리 성공적인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탐라해상풍력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3메가와트(㎿) 발전기 10기가 설치됐다. 국산 터빈이 제대로 돌아갈지에 대해 의심을 품는 사람은 이제 없다. 탐라해상풍력은 작년에 30%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누적 가동률도 목표치인 95%보다 높은 98%를 나타내고 있다.
가동률은 기기가 고장이 나지 않고 운전 가능한 시간을 의미하고 이용률은 실제 전기를 생산한 비율을 나타낸다. 가동률과 이용률은 풍력발전단지의 경제성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다.
탐라해상풍력의 가동률과 이용률이 높게 나타난 것은 국산 기자재를 사용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은 대표는 "국내 기업이다 보니 소통에 어려움이 없었고 자재 조달이 쉬워 수리 기간이 짧았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에 있는 한림해상풍력과 바지선, 크레인 등 유지보수에 필요한 기자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한림해상풍력에도 두산에너빌리티의 5.5㎿ 터빈이 설치돼 있다.
탐라해상풍력은 성공적인 운영에 힘입어 2단계 확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단계 사업은 주변 마을 주민들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처음 탐라해상풍력에 반대했던 주민들은 실제 가동 후에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려와 달리 어업 활동이나 생활에 큰 불편을 주지 않을뿐더러 주민과의 이익 공유로 지역 경제가 활기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인근 금등리에서 만난 고춘희 마을 이장은 "과거 우리 마을은 제주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가난한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어촌계, 해녀, 노인회, 청년회, 부녀회에 나눠주고 있다"며 "2단계 사업이 진행되면 수익금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 한경면 금등리 고춘희 마을이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주민 99%가 2단계 사업에 대해 찬성했다. 고광건 두산에너빌리티 제주풍력사업소장은 "2단계 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적극적적으로 협조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2월 기존 30㎿ 규모의 풍력발전단지에 8㎿ 규모 풍력발전기 9대(72㎿)를 추가해 총 102㎿ 규모로 확대하는 지구 지정 변경안을 통과했다. 사업면적도 51만5000㎡에서 786만3402㎡로 15배 늘어난다. 현재는 2026년 8월까지인 탐라해상풍력지구의 지구 지정기간을 2037년 9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은 대표는 국내 해상풍력발전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자재 기업들에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 터빈 기업들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실력을 쌓은 것"이라며 "400~500㎿ 단위의 대규모 사업을 거친다면 국내 기업들도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력 해외신사업처장, 남동발전 신사업본부장 출신인 은 대표는 오랜 기간 해외 신재생 사업을 담당해왔다.
그는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면 운영 및 유지보수(O&M)를 거의 터빈사가 맡는다"며 "국가 안보 차원에서라도 국내 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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