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고인 유무죄 가리기 전에 檢 '수사·기소 분리' 원칙 따진다

검찰청법 제4조 제2항 근거
"수사개시 검사, 공소 제기 안돼"
'공소기각' 우선 내린 사례 나와
수사기관 관행적 처리에 제동

법원, 피고인 유무죄 가리기 전에 檢 '수사·기소 분리' 원칙 따진다

법원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기에 앞서 검찰의 수사 및 기소 절차가 법률을 준수했는지를 면밀히 따지고 있다.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하도록 한 법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수사기관의 관행적인 처리 방식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5-1 형사부(부장판사 소병진)는 제자로부터 미술대전 수상 도움 명목 등으로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기소된 대학교수 A씨에 대해 지난 1월 원심을 파기하고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를 제기한 이모 검사가 사실상 '수사개시 검사'라며 이는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2022년 9월부터 적용된 이 법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 검사는 2024년 2월 검찰수사관에게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인지 등 구체적인 수사 방향을 지시하고 사건을 강력범죄수사부에 송부하도록 지휘했다. 이후 이 검사는 사건을 넘겨받아 피고인을 소환해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했고, 같은 해 8월23일 공소를 제기했다.


검찰 측은 수사관의 조사를 거쳐 사건을 넘겨받은 만큼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사건'과 유사한 예외 상황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수사관은 독립된 수사개시권이 없는 검사의 보조자일 뿐이어서, 이들의 보고를 사법경찰관의 '송치'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을 근거로 법원이 유무죄를 다투기 전 공소기각을 내린 사례는 더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전 의원에 대해 지난해 8월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강 전 의원은 2022년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모금한 후원금 중 5억5000만원을 처남이 운영하는 업체로 이체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 10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로 시작된 이 사건은 당초 B검사가 담당하며 일부 혐의에 대해 먼저 기소했고, 나머지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해 추후 판단하겠다"며 남겨뒀다. 이후 검찰수사관이 조사를 마친 뒤 송치서 형식을 빌려 사건을 넘기자 2023년 2월 C검사가 이를 재배당 받았다. C검사는 같은 해 5월23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강 의원을 직접 소환해 피의자신문을 진행한 뒤 6월15일 공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C검사가 강 의원을 대면 조사하며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했음에도 기소까지 담당한 것은 검찰청법 제4조 제2항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특별검사팀의 경우 법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모두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만, 법원은 특검의 '기소 범위'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서울고법은 최근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모씨의 뇌물 수수 사건 항소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유지했다. 민중기 특검팀은 양평 고속도로 의혹 수사 중 별개 뇌물 혐의를 포착해 기소했으나, 법원은 해당 혐의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사건과 '합리적 관련성'이 없어 특검의 기소 권한 밖이라고 판단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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