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60초마다 3차원 마이크로 구조물을 찍어내는 초고속 3D 프린팅 기술을 구현했다. 기존 '층별 적층' 방식의 속도 한계를 넘어서 맞춤형 부품을 즉석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29일 정임두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액적(방울) 내부에서 구조물을 한 번에 만드는 '디스펜싱 체적 적층 제조(Dispensing Volumetric Additive Manufacturing·DVAM)'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달 21일 온라인 게재됐다.
액적 회전형 체적 적층 제조의 고속 순차 인쇄 기술의 통합 개요도. a. 회전하는 액체 방울에 여러 각도의 빛을 조사해 내부 특정 위치만 선택적으로 굳히는 체적 프린팅 원리. b. 주사기·피펫으로 방울을 형성하고 회전시키며, 카메라로 형상을 관찰하는 장치 구성. c. 방울 내부에서 구조를 형성한 뒤 완성된 구조물을 배출하고 다음 방울로 이어지는 연속 제작 공정. 연구팀 제공
기존 3D 프린팅은 재료를 한 층씩 쌓아 올리는 방식이어서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제작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번 기술은 액체 수지 방울 전체에 빛을 쏴 한 번에 굳히는 '체적 인쇄'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연구팀은 별도의 용기 없이 유리 피펫 끝에 맺힌 단일 수지 방울 안에서 인쇄와 배출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인쇄가 끝나면 구조물이 기판 위로 바로 떨어지고, 새로운 방울이 즉시 공급되면서 연속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 방식으로 구조물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60초 수준이다. 연구팀은 에펠탑, 조형물 등 서로 다른 3차원 구조물 10개를 10분 내에 연속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 구현의 핵심 난제는 액적의 둥근 표면에서 발생하는 빛의 굴절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역 광선 추적 계산을 결합했다.
연구진 사진. 정임두 교수(좌측)와 전홍령 연구원. UNIST 제공
딥러닝 기반 객체 인식이 액적의 형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면, 빛의 경로를 계산해 왜곡을 보정한 패턴을 투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별도의 굴절률 보정 용액 없이도 높은 정밀도를 확보했다.
제1저자인 전홍령 연구원은 "기존 대비 1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서로 다른 형상의 마이크로 부품을 연속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임두 교수는 "3D 프린팅의 가장 큰 약점이던 느린 속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한 사례"라며 "이제는 원하는 형상을 수십 초 내에 즉석에서 제조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