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스토리텔링·사업개발 역량 키워야"

28일 '바이오코리아 2026' 미디어인터뷰
글로벌 투자사가 꼽은 韓 기업의 과제
빅파마 파트너십, 임상 단계 진전이 관건
초기 투자·투명성 등 생태계 성숙도 제고 필요

"동일한 자산·기술인데도 누가 영업하느냐에 따라 3개월 만에 가치 평가가 10배나 차이 나는 경우도 봤습니다. 데이터가 갖춰져 있다면 올바른 스토리텔링과 사업개발 문화를 강화할수록 훨씬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 전문가들은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6' 미디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북유럽 헬스케어 액셀러레이터 버티컬(Vertical)의 제이슨 힐 리드, 오만 국부펀드 헬스케어 투자 책임자 출신으로 현재 유럽기반 헬스케어 전문 벤처투자 기관 베살리우스 바이오캐피탈(Vesalius Biocapital)을 이끄는 장-크리스토프 르농댕 매니징파트너, 중국·홍콩 기반으로 10억달러 이상의 라이프사이언스 투자 실적을 보유한 블루오션 캐피탈(Blue Ocean Capital)의 양펑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장-크리스토프 르농댕 베살리우스 바이오캐피탈 매니징파트너, 양펑 블루 오션 캐피탈 CEO, 제이슨 힐 버티칼 리드(왼쪽부터)가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BIO KOREA 2026' 미디어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곽민재 기자

장-크리스토프 르농댕 베살리우스 바이오캐피탈 매니징파트너, 양펑 블루 오션 캐피탈 CEO, 제이슨 힐 버티칼 리드(왼쪽부터)가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BIO KOREA 2026' 미디어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곽민재 기자


이들은 한국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기술력에는 한목소리로 높은 점수를 줬다.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의 유럽 진출을 다수 지원해 온 제이슨 힐 리드는 "뛰어난 과학 기술과 임상 데이터, 전 세계 기준으로도 빠른 개발 속도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양펑 CEO도 "전날 주요 바이오텍 기업들과 직접 미팅하면서도 느꼈지만 한국 기업들의 기술은 정말 뛰어난 게 맞다"고 했다. 르농댕 매니징파트너는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1~2위를 차지하는 제조 역량과 삼성 같은 대기업 자회사가 바이오텍 생태계 성장에 기여한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반면 이들이 공통으로 짚은 보완 과제는 기술 바깥 영역에 있었다. 제이슨 힐 리드와 양펑 CEO는 한목소리로 스토리텔링·사업개발 역량 부족을 꼬집었다. 제이슨 힐 리드는 "비단 언어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과학적 강점을 가치 있는 스토리로 환산해 투자자와 기업 파트너를 설득하는 스토리텔링이 좀 부족한 것 같다"며 "'이 제품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누구를 위해 해결하는지, 왜 중요한지'를 말할 수 있다면 많은 한국 기업들이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양펑 CEO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라면서 "아시아 기업들은 열심히, 효율적으로 일하지만 미국·유럽 시장을 향한 사업개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스토리텔링과 네트워크,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사업개발 문화를 강화하면 훨씬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바이오 코리아 2026' 컨퍼런스 세션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곽민재 기자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바이오 코리아 2026' 컨퍼런스 세션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곽민재 기자

한국 투자 생태계의 성숙도도 과제로 꼽혔다. 양펑 CEO는 "한국 투자자들은 안정성을 이유로 후기 단계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최근 민간 주도의 초기 투자 비중이 늘고 있다"며 "리스크가 있지만 초기 기업에 대한 실사와 평가만 적절히 이뤄진다면 훨씬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고 했다. 르농댕 매니징파트너는 "미국·유럽처럼 재무 정보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업공개(IPO) 엑시트만이 아닌 회사의 장기적 발전 방향을 투자자·경영진이 함께 그려가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으로는 임상 단계 진전이 강조됐다. 르농댕 매니징파트너는 "획기적인 신기술이 아니라면 요즘 빅파마는 임상 1상까지만 한 회사는 잘 고려하지 않는다"며 "인체 안전성뿐 아니라 효능까지 증명하는 임상 2상(2a) 단계까지는 도달해야 빅파마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제이슨 힐 리드는 "파트너십은 기술이 아닌 신뢰에 기반해 구축된다"며 "가까운 거리에서 긴밀히 협업하며 어떤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는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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