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품은 '혁신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단 오픈이노베이션'이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은 기술 실증을 산업단지 현장에서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 산단공은 폐쇄적인 제조 현장의 문턱을 낮추고 스타트업의 혁신 DNA를 수혈해, 산업단지를 수출과 혁신을 잇는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29일 산단공에 따르면 산업단지 맞춤형 기술 실증(PoC) 규모는 지난해까지 누적 42건, 지원 금액 4억6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단 2건, 2000만원에 불과했던 PoC 지원이 가파르게 성장한 것이다. 참여 기업 규모 역시 2022년 24개 사에서 지난해 77개 사로 세 배 이상 늘어났다. 이 수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인 '실증'에서 산단공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산단공은 올해 PoC 지원 건수를 19건으로 확대하고 '5극 3특' 중심 지역 산단의 현안을 해결하는 '지역산단 현안 해결형 PoC'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스타트업이 안착할 수 있는 '혁신 선순환 체계' 구축도 눈에 띈다. 서울(가산)과 광주에 구축된 스타트업 보육 공간에는 마케마케 등 33개 사가 입주해 있다. 향후 경상권·충청권 등으로 비수도권 거점을 확대하며 지역별 특화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성장에 목마른 유망 기업을 위해 금융 지원의 마중물도 부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투자 유치 약 525억원, 보증 지원 약 255억원 등 총 780억원 규모의 자금 유치를 지원하며 스타트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3D 제조 데이터 인공지능(AI) 기업 리빌더에이아이는 산단공의 'KICXUP(킥스업) 챌린지'를 통해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인 CJ ENM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 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총 4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기업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CES 2026에서 2개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서울에서 개최된 ‘2026 KICXUP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수요기업이 스타트업 대상으로 자사의 현장 애로와 기술 수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산단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도 돕고 있다. 지난해 9월 일산 킨텍스에서 국내외 수요기업 및 벤처캐피털 42개사와 스타트업 144개사가 참여해 비즈니스 밋업을 진행했으며, 11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 네트워킹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데이터 기반 사업 개발 플랫폼 기업 밸러링비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기업들과 4건의 MOU를 체결하고 현지 법인 설립을 검토하는 등 실질적인 수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산단공은 올해를 오픈이노베이션의 도약기로 삼을 방침이다. PoC 지원 체계를 정부 핵심 과제 중심으로 개선하고, 대·중견기업이 수요를 먼저 제시하는 '리버스 피칭(역제안)' 방식을 도입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9월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 예정인 '제2회 대한민국 산업단지 수출 박람회(KICEF 2026)'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의 정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산단공 관계자는 "산단은 대한민국 제조 역량이 집결된 공간"이라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산단 입주기업에는 신성장 동력을, 스타트업에는 검증된 테스트베드를 제공함으로써 대한민국 산업의 혁신 생태계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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