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한 달, 바닥을 찍었던 호랑이가 드디어 포효하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KIA 타이거즈가 4월 말 무서운 기세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중위권 안착에 성공했다. 투타에서 나타난 '영웅'들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며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 다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지난 2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역전을 알리는 2타점 적시타를 때린 뒤 포효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반등의 시작은 마운드였다. 특히 지난 4월 24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보여준 아담 올러의 완봉 역투는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당시 올러는 9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투구로 팀의 5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이는 타이거즈 외인 투수 최초의 '두 자릿수 탈삼진 완봉승'이라는 대기록이었다.
여기에 제임스 네일이 변함없는 꾸준함으로 로테이션을 지켜주면서 KIA는 리그 최강급 외인 원투펀치를 보유하게 됐다. 선발 야구가 계산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점은 KIA가 반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다. 또한 퓨처스리그에서 나연우가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1로 맹활약하며 향후 선발진의 뎁스를 두텁게 할 '예비 영웅'으로 대기 중인 점도 고무적이다.
타석에서는 '슈퍼스타' 김도영의 활약이 눈부시다. 올러가 완봉승을 거둔 24일 롯데전에서 김도영은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어진 25일 롯데와의 2차전에서도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의 위닝 시리즈를 견인했다. 타율은 아직 2할 5푼대에 머물러 있지만, 홈런 부문 1위를 질주하며 '클러치 히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김호령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외야진의 핵심인 김호령은 넓은 수비 범위와 정교해진 타격으로 팀의 연승 가도에 힘을 보탰다. 또 26일 경기에서 타이거즈 역사상 최초로 '데뷔 첫 홈런을 1회말 선두타자 홈런'으로 장식한 박재현의 등장은 KIA 타선의 미래를 밝게 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처럼, 위기 때마다 터져준 이들의 활약은 KIA를 승률 5할(12승 1무 12패)로 복귀시킨 결정적 한 방이었다.
중위권을 넘어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명확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불펜의 안정화와 수비 집중력이다.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 KT 위즈와의 3연전에서 KIA는 수비 실책과 불펜 난조로 스윕패를 당했다. 특히 아시아쿼터 유격수 제리드 데일이 리그 실책 1위를 기록하며 수비 불안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은 뼈아프다.
공격 효율성도 개선되어야 한다. KIA는 현재 팀 병살타 22개로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팀 타율과 OPS는 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승부처에서 병살타로 흐름이 끊기며 득점력이 급감하는 현상이 잦다. 해럴드 카스트로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며 타선에 공백이 생긴 만큼, 득점권에서의 집중력 있는 작전 수행과 응집력이 더욱 절실해졌다.
KIA 타이거즈 아담 올러가 지난 24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동료들로부터 물 세례를 받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이번 주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창원에서 NC 다이노스와 원정 3연전을 치른 후, 5월 1일부터 3일까지 광주 홈에서 KT 위즈를 다시 만난다. NC는 현재 6위로 KIA를 맹추격 중이며, KT는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강적이다.
다행히 정해영이 1군에 복귀해 구위를 회복 중이고, 신예 성영탁이 25일 4-3 승리를 지켜내며 새로운 클로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베테랑 양현종이 25일 통산 22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시즌 2승을 따내며 중심을 잡고 있는 만큼, 국내 선발진이 기복만 줄인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최하위의 수모를 딛고 일어선 KIA 타이거즈가 이번 주 '영웅들의 포효'를 앞세워 상위권 탈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