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섬유화' 악화시키는 면역조절 유전자 규명

국립보건硏, ATF3 유전자의 염증억제 역할 확인
난치성 폐질환 치료 위한 새로운 표적 가능성 제시

원인을 알 수 없이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악화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폐섬유화' 악화시키는 면역조절 유전자 규명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특발성 폐섬유화증 진행 과정에서 면역이상 반응을 조절하는 'ATF3(Activating Transcription Factor 3)' 유전자의 새로운 기능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ATF3는 세포가 염증이나 다양한 스트레스 자극을 받을 때 활성화돼 체내 대사 작용, 면역 반응 등을 조절하는 활성 전사 조절인자를 말한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난치성 폐질환으로, 폐 조직이 점차 딱딱해지면서 호흡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병이 진행되면 숨이 차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진단 후 수년 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예후가 매우 나쁜 질병이다.


현재 '피르페니돈(pirfenidone)', '닌테다닙(nintedanib)'이라는 두 가지 치료 약물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으나 완치할 수는 없고 질병 진행을 늦추는 정도만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국립보건연구원은 폐섬유화 기전을 규명하고 섬유화 진행을 조절할 수 있는 중요 인자와 그 기전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진은 염증이나 스트레스 자극을 받을 때 초기에 활성화되는 전사 조절인자로 잘 알려진 ATF3가 실제 폐에서의 면역 기전과 폐섬유화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확인하고자 ATF3가 결핍된 실험동물 모델을 이용해 폐 섬유화를 유도했다.


그 결과, ATF3가 결핍된 경우 폐 기능이 더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ATF3가 없는 실험군에서는 정상군(약 15~20% 감소)에 비해 폐용량이 20~25% 감소하고 폐 탄성은 증가하며 폐 순응도는 감소해 폐가 더 딱딱해지는 양상이 확인됐다. 이는 ATF3 결핍이 폐섬유화 진행을 가속화하고 폐 기능 저하를 심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ATF3 결핍은 폐 조직 내 염증 반응도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 초기 반응을 담당하는 호중구가 약 10배 이상 증가하고, 섬유화를 촉진하는 M2c 표현형 대식세포도 6.5배 증가하는 등 면역세포 구성이 비정상적으로 변화했다. 이와 함께 섬유화 관련 유전자 발현도 증가해 염증과 조직 손상이 동시에 강화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전사체 분석에서도 ATF3 결핍군에서 염증 및 섬유화 관련 유전자 발현이 1.5배 이상 증가하고, 면역·염증 관련 경로가 활성화됐다. 이는 ATF3가 면역 반응을 조절해 폐섬유화 진행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폐섬유화 진행 과정에서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과 조직 섬유화를 동시에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규명한 것"이라며 "초기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ATF3 유전자가 염증 반응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하고 폐섬유화 진행을 완화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폐섬유화는 치료가 어려운 만성 폐질환인 만큼 새로운 치료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만성 호흡기 질환의 발생 기전을 규명하고 실제 환자 치료 전략으로 적용 가능한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알레르기·면역 과학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Clinical Science'에 지난 2월 게재됐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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