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과 금융 플랫폼 두 분야에서 동시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오픈AI와 샘 올트먼 CEO를 상대로 1800억 달러, 한화 약 265조 원 규모의 법정 공방에 들어갔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결제와 은행 기능을 결합한 '엑스 머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통신 등 외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이 머스크가 오픈AI와 올트먼 CEO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배심원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통신 등 외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이 머스크가 오픈AI와 올트먼 CEO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배심원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오픈AI가 설립 당시 내세웠던 비영리·공익 목적을 훼손하고 영리 기업으로 변질했는지 여부다. 머스크는 당초 사기 혐의 등을 포함해 총 26개 혐의를 제기했으나,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입증 절차가 복잡한 사기 관련 혐의는 최근 자진 취하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에서는 공익 신탁 위반과 부당 이득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머스크와 올트먼, 그레그 브록먼 등은 2015년 구글의 AI 독점을 견제하고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되는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비영리 단체 오픈AI를 공동 설립했다. 머스크는 설립 초기 운영 자금으로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8년 기술 개발 방향과 경영권을 둘러싼 견해 차이로 머스크가 오픈AI 이사회를 떠나면서 양측의 관계는 틀어졌다. 당시 머스크는 오픈AI를 테슬라에 합병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는 2023년 AI 챗봇 '그록' 개발사 xAI를 설립하며 오픈AI와 직접 경쟁하는 구도에 들어섰다.
머스크와 올트먼, 그레그 브록먼 등은 2015년 구글의 AI 독점을 견제하고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되는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비영리 단체 오픈AI를 공동 설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가 떠난 뒤 오픈AI는 대규모 AI 학습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2019년 영리 목적의 자회사를 세웠다. 같은 해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2022년 챗 GPT 출시 이후에는 MS로부터 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받으며 세계 AI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머스크 측은 오픈AI가 "인류를 위해 쓰겠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기부금과 신뢰를 확보했지만, 이후 영리 자회사 설립과 M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설립 취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픈AI 측은 머스크의 소송을 "자신의 권력과 부를 확대하기 위한 캠페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고성능 AI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영리 구조 도입은 불가피했으며, 머스크 역시 과거 오픈AI의 영리화를 시도했다는 입장이다. AP연합뉴스
반면 오픈AI 측은 머스크의 소송을 "자신의 권력과 부를 확대하기 위한 캠페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고성능 AI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영리 구조 도입은 불가피했으며, 머스크 역시 과거 오픈AI의 영리화를 시도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번 소송을 책임 여부를 가리는 1단계와 구제책을 논의하는 2단계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오픈AI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부당 이득 환수 규모에 대한 배심원 판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측 시장 플랫폼 칼시에서는 머스크의 승소 가능성을 약 4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머스크는 오픈AI와의 법정 공방과 별개로 엑스의 금융 플랫폼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엑스는 은행과 결제 플랫폼 기능을 결합한 '엑스 머니'를 조만간 초기 액세스 형태로 일반 이용자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서비스를 테스트 중인 이용자들에 따르면 엑스 머니는 현금 저축에 연 6% 이자율을 제공하고, 결제 시 3% 캐시백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용자 간 P2P 송금은 별도 수수료 없이 가능하며, X 아이디가 새겨진 비자 체크카드도 발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 머니는 머스크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슈퍼앱' 전략의 핵심 기능으로 꼽힌다. 머스크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로 결제 산업에서 입지를 다진 경험을 바탕으로, 엑스를 중국 위챗처럼 결제, 송금, 콘텐츠, 예약, 상거래 등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엑스에서 광고 수익을 배분받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기존 온라인 결제 서비스 스트라이프 대신 엑스 머니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연 6% 금리가 미국 평균 저축 금리의 약 15배 수준이라며, 무료 송금과 메탈 비자 체크카드, 지출 내역을 분석하는 AI 비서 기능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엑스 머니는 머스크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슈퍼앱' 전략의 핵심 기능으로 꼽힌다. 머스크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로 결제 산업에서 입지를 다진 경험을 바탕으로, 엑스를 중국 위챗처럼 결제, 송금, 콘텐츠, 예약, 상거래 등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 결제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주별 라이선스를 확보해야 하는데, 엑스 머니는 아직 뉴욕 등 일부 주요 지역에서 결제 라이선스를 받지 못한 상태다. 연 6% 이자와 3% 캐시백 같은 공격적인 혜택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도 관건이다.
AI 공익성을 둘러싼 오픈AI와의 대형 소송과 엑스의 금융 플랫폼 전환 시도는 모두 머스크의 미래 산업 주도권 확보 전략과 맞닿아 있다. 다만 법적 판단과 규제 승인, 시장 신뢰라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머스크의 승부수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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