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핵 협상을 미루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경제 제재 해제부터 먼저 논의하자는 이란의 제안과 관련해 백악관이 내부 논의에 나섰다. 다만 공식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인사들이 '핵무기 보유 금지'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어 실제 협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AP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란의 제안에 대해 백악관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이란과 관련된 대통령의 레드라인은 미국 대중뿐 아니라 이란 측에도 매우 명확하게 전달되어 왔다"며 "오늘 아침 논의가 있었고, 그에 대해 제가 앞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점만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아주 곧 직접 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전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종전 선언을 하되, 핵 협상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제안을 미국에 전달했다는 악시오스의 보도가 나왔다. 핵 협상과 관련해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전쟁이 지속되자 이를 일단 미루고 협상 타결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이란 전문가는 "이번 조치는 체면을 살리기 위한 순서 변경"이라며 "공식적인 협상이 아닌 전쟁 종식 합의의 일환으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우선시하고, 봉쇄를 해제해 더 어려운 문제들은 미뤄서 협상 과정이 처음부터 좌초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란의 새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새 제안과 관련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하는 이란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만약 이란이 말하는 '해협 개방'의 의미가 '이란과 협력하고 우리의 허가를 받는 한 개방된다. 그렇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통행료도 내라'는 식이라면 그것은 해협 개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누가 국제 수로를 이용할 수 있는지, 이용하기 위해 얼마를 내야 하는지 결정하는 체제를 일상화하는 것을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앞서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대이란 군사작전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이란이 결코 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란의 새 제안에 대해 "대통령이 말했듯이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미국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합의, 즉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합의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란은 최근 파키스탄, 오만, 러시아 방문해 종전 협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란은 현 상황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국과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의 해상 봉쇄 상황에서는 협상에 나서길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해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러시아 베스티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협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아라그치 외무장관과 회동 후 "러시아는 중동에 평화가 조속히 정착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전략연구소의 연구원인 타이무르 칸은 "모스크바는 미국의 제재 완화를 보장할 수도 없고, 미국과 이란 간의 직접적인 합의를 대체할 수도 없다"면서 "모스크바의 가치는 외교적 안정화 장치, 기술적 조력자, 그리고 지정학적 균형추로서의 역할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외에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프랑스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이어가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란의 이런 행보를 조심스러운 외교적 소통으로 해석했다.
다니아 타페르 걸프국제포럼 대변인은 알자지라에 "비록 이란 지도부가 카타르나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으나, 전화 통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완전한 외교적 포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연락망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