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서 공시가격 8000만원 상당의 다세대주택을 임대 중인 A씨는 하반기 계약 만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오는 7월부터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이 강화되면서 전세가가 공시가격의 130.5%(1억440만원)를 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은 1억2000만원으로, 새 임차인과는 보증금을 약 1500만원 낮춰 계약을 맺어야만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
정부가 오는 7월부터 기존 등록임대사업자에게도 강화된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적용하면서 빌라 같은 비아파트 임대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임대사업자들이 보증 요건을 맞추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수천만원씩 낮춰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장에선 역전세에 따른 보증금 반환 분쟁과 빌라의 월세화로 임차시장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 빌라밀집지역.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시행된 '공시가격 및 기준시가 적용 비율 일부개정고시'가 오는 7월1일부터 기존 등록임대사업자에게도 적용된다. 지난해 6월 이후 등록한 신규 임대사업자에서 모든 임대인으로 확대되면서 시장에 본격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새 규정이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한도를 산정하는 공시가격 인정 비율을 주택 가격 구간별로 5~10%포인트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은 기존 150%에서 145%로, 9억~15억원은 140%에서 130%로, 15억원 이상은 130%에서 125%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지난해 1월부터 기존 100%에서 90%로 강화된 임대보증금 부채비율(LTV) 기준도 7월부터 기존 임대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따라 반환보증 가입 문턱은 기존보다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현행법상 등록임대사업자들은 임대보증금 반환보증에 의무가입해야 하는데 임차보증금과 선순위 채권 합계가 공시가격 인정 비율에 부채비율을 곱한 한도 이내에 들어오는지에 따라 가입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예컨대 공시가격 9억 미만 공동주택의 경우 선순위 채권과 임차보증금 합계가 공시가격의 130.5%(145% X LTV 90%)를 넘으면 보증 가입이 불가능하다. 공시가격이 3억원인 빌라라면 기존에는 전세보증금과 선순위채권 합계가 4억5000만(150% X LTV 100%) 이내에 들어오면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130.5%인 3억9150만원 이하여야 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아파트 임대시장에선 제도 시행을 앞두고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다가구·연립·다세대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주택가격이 낮게 산정돼 있어 선순위채권이 조금만 껴있어도 가입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환보증을 발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경우 보증 한도 산출을 위해 KB부동산 또는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 시세를 우선 적용한다. 반면 다세대주택 등은 공시가격을 1순위로 적용한다. 하지만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평균 69%에 불과해 실제 시장 가격과 편차가 크다. 더욱이 빌라는 아파트보다 공시가격 자체가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임대인들은 반환보증을 갱신하거나 신규 가입하려면 기존 대비 보증금을 낮춰야만 가입 요건을 맞출 수 있다. 만약 보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초과분만큼을 HUG에 현금성 담보(예금)로 제공하면 되지만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임대인들에게는 이마저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서울 은평구에서 공시가격 7640만원 상당의 다세대 주택을 임대 중인 B씨는 "현재 전세보증금 1억1400만원에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다"며 "결국 전세보증금을 9970만원까지 낮추거나 현금성 담보로 제공하거나 두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내몰리게 되는데 어느 쪽도 부담이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입 요건 강화가 전세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대인이 가입된 강화요건을 맞추지 못해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할 경우 HUG 반환보증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HUG의 대위변제액을 늘려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또 임대인들이 반환보증 부담을 덜기 위해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을 택하면 전세매물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임대인들이 전세금을 내리는 대신 반전세로 전환해 부족분을 월세로 충당하려 할 수 있다"며 "결국 빌라 시장의 전세 매물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HUG는 반환보증 가입 요건 강화가 임대사업자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향후 임대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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