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7일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기회와 위험, 책임 있는 AI 활용을 위한 국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 대통령과 허사비스 CEO는 AI가 가져올 일자리 변화와 분배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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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허사비스 CEO를 접견하고 "우리도 인공지능에 관심도 많고, 국가적으로 투자도 많이 하고 있다"며 "이것이 과연 제대로 인류의 복지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만 갈 것인지, 아니면 인간에 대한 공격으로 또는 인류에 대한 평화를 해치는 방향으로 갈지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허사비스 CEO는 "AI가 과학의 증진과 의료 분야에서 적극 활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AI 연구에 제 30년 커리어를 바친 이유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는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를 언급하며 "알파고를 통해 기계 스스로가 학습하고, 바둑에 대한 기술을 배우고, 더 나아가 어려운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확인했다"면서 "그 배움을 과학과 의료 분야로 확대해 나가고 싶었고, 대표적인 예가 질병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알파폴드 개발이었다. AI는 무궁한 잠재력도 있지만 여러 리스크와 고민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구글의 AI 모델인 제미나이도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제미나이 프로그램을 저도 자주 활용하는데, 제미나이가 가끔씩은 시키지 않은 일을 한다고 하던데 그 문제는 일종의 버그인가"라고 물었다.
허사비스 CEO는 "대통령께서 제미나이를 사용하신다니 정말 반갑고 기쁘게 생각한다"며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것이 우리가 내놓는 지침이 정확하지 않으면 약간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AI를 사용하고 개발할 때 중요한 것이 적절한 안전장치, 제가 가드레일이라고 부르는 것을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AI가 더 강력해지면 에이전트 AI라고 부르는 AI 자율성도 부여되고, 더 나아가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가 도래한다"며 "그럴 때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접견 초반에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둘러싼 환담도 오갔다. 이 대통령은 허사비스 CEO에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매우 유명하신 분인 거 아시나"라며 "대한민국에서 바둑기사로 유명한 분이 허사비스 대표께서 만들어 놓은 알파고에 지는 바람에 국민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허사비스 CEO가 "중요한 대국을 이겼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아무도 못 이기는 건데"라며 웃었다. 이 대통령이 "이제는 바둑 영역에서는 알파고를 아무도 못 따라가겠죠"라고 묻자 허사비스 CEO는 "이제는 굉장히 어렵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인공지능의 지원을 받아 바둑을 두더라도 비슷하겠느냐"고 다시 묻자 허사비스 CEO는 "사람과 AI가 합해져서 AI에 대항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접견 뒤 브리핑에서 "이번 면담에서는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 흐름과 앞으로의 변화 방향, 책임 있는 AI 글로벌 협력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번 면담이 이 대통령의 글로벌 AI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났고, 11월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도 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김 실장은 "글로벌 AI 산업을 주도하는 리더들이 한국을 찾아와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이유는 명확하다"며 "우리는 반도체 경쟁력, 세계적 제조 역량, 안정적 인프라, 우수한 인재를 두루 갖춘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협력들은 AI 시대 핵심 파트너로서 대한민국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표이고, 우리나라의 전략적 가치를 대체 불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허사비스 CEO는 접견에서 AGI 도달 시점과 관련해 "앞으로 5년 안에, 이르면 2030년에 인간의 모든 인지능력을 구사하는 범용 인공지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사비스 CEO는 AGI의 파급 효과에 대해 "산업혁명 이상의 큰 사회적 변화를 훨씬 빠른 속도로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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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AI가 가져올 일자리 변화와 분배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은 AI가 가져올 실업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준비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허사비스 CEO는 일자리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자리의 정의와 부의 재분배를 고민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20여년 전부터 기본소득을 얘기했는데 지금이야말로 기본소득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물었고, 허사비스 CEO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취지로 답했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허사비스 CEO는 주택, 교육, 교통, 건강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되 자본시장 원리를 접목하는 방향, 로봇 생산성 증가분을 노동자 지원으로 연결하는 방안 등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접견을 계기로 구글 딥마인드와의 실질 협력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은 AI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정부, 국제기구, 기업 등과 다양한 협력을 통해 글로벌 AI 허브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하며 딥마인드가 핵심 파트너로 함께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허사비스 CEO는 이에 한국의 구상을 높게 평가하며 구글도 참여 기회를 갖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딥마인드는 한국 연구·학계와 협력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K문샷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세계적 과학 역량을 갖춘 딥마인드와 우리 연구진이 손을 잡는 만큼 바이오, 기상·기후, 미래에너지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 역량이 한층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딥마인드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구글은 올해 안에 서울 AI 캠퍼스도 개소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서울 AI 캠퍼스는 영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문을 여는 것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며 "구글 연구진도 한국에 파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고, 최소 10명 정도 파견을 요청했는데 즉석에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서울 AI 캠퍼스에 대해 "구글의 최신 모델을 한국의 최고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공동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한국 연구자들과 구글 연구진이 상호 연구를 진행하고, 인턴 채용 등도 이뤄질 수 있는 장소가 확보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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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실장은 다만 이날 접견과 구글지도 문제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 10주년을 맞아 방한한 것이고, 대통령 접견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구글지도와는 전혀 연계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접견에 앞서 허사비스 CEO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기념하는 특별 선물도 준비했다. 허사비스 CEO는 자신과 이세돌 9단의 서명이 담긴 바둑판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접견 마지막에 "10년 전 알파고 대국으로 대한민국과 함께 AI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앞으로 10년, 20년 모두의 AI, 빛나는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접견에는 구글 측에서 월슨 화이트 구글 글로벌 공공정책 총괄 부사장, 윤구 구글코리아 대표가 참석했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권혁기 의전비서관, 김우창 국가AI정책비서관, 전은수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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