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 가까워졌다. 지난해 도보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북측숲길'과 '하늘숲길'이 잇따라 개방된 후 이용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보행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방문객의 연령대와 방문 목적도 다양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분 남짓 숲길을 걸으며 도심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도시는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평가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남산에는 매년 1100만명이 방문한다. 이들의 만족도는 96%에 달한다. 그동안 서울시가 부족한 접근성, 시설 노후화, 생태 훼손 등 지적된 문제들을 꾸준히 개선한 결과다.
남산 정상에서 남측으로 이어지는 '하늘숲길' 모습. 서울시
케이블카나 순환버스를 타고 찾는 관광형 명소에서 '보행' 중심의 접근체계를 갖춘 것도 변화 중 하나다. 남산은 '차를 타고 오르는 관광지'에서 '걸어서 오르는 도심 속 숲'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방문객은 지난해 7월 조성된 데크 계단형 숲길 '북측숲길'을 가장 많이 찾는다. 기존에는 둘레길을 이용할 경우 정상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됐지만 북측숲길 개통 이후에는 도보 20분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가파른 지형을 고려해 나무 데크 계단을 설치하고 기존 관리용 계단 동선을 최대한 활용해 산림 훼손을 최소화했다. 길 곳곳에는 '시티뷰 전망쉼터', '바닥숲 전망쉼터', '물소리 전망쉼터' 등 3곳의 전망 공간이 마련돼 도심 전경과 숲의 정취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북측숲길 개통 직후 현장을 찾았던 오 시장도 "남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물길을 따라 조성된 북측숲길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곳은 '빠른 등정'을 원하는 시민과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명동역에서 출발해 북측순환로를 따라 숲길로 접어들면, N서울타워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정상부로 집중되던 보행 동선을 분산시켜 혼잡을 줄이고 안전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정상에 오른 뒤에는 남산 남측으로 이어지는 '하늘숲길'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가 열린다. 지난해 10월 개통한 하늘숲길은 용산구 후암동 체력단련장에서 남산도서관까지 이어지는 총 1.45㎞ 구간의 무장애 산책로다.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와 넓은 데크길로 조성됐다.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이 길에서는 도심 전경은 물론 한강과 관악산 능선까지 조망할 수 있다. 노을전망대, 바람전망다리, 소나무쉼터, 소월정원 등 8개의 조망·휴식 공간은 남산 산책의 백미다. 대표적 조망 포인트인 '노을전망대'는 유리펜스를 활용해 공중에 떠 있는 개방감을 선사하는 스카이뷰 포토존이다. '바람전망다리' 역시 메타세쿼이아 숲을 배경으로 도심을 색다른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다.
진출입로 주변도 정비했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던 남산체력단련장에는 비·바람을 막고 차양 기능까지 더한 '퍼걸러형 복합 야외헬스기구'를 설치해 시민 편의를 높였다. '소나무쉼터'에서는 산림욕을 즐길 수 있고 '건강정원'에는 별빛 마로니에숲과 명상형·치유형 정원을 조성해 이용자들에게 안정감을 선사한다.
남산도서관 진출입로에 위치한 김소월 시비(산유화) 주변은 남산의 자연·감성·문학을 담은 '소월정원'으로 태어났다. 서울시는 공사 과정에서 친환경 시공 방식을 적용하고 남산 자생종 수목을 식재해 생태 복원에도 공을 들였다.
하늘숲길과 북측숲길을 잇는 또 하나의 핵심 인프라는 '남측순환로 보행전용 안전데크'다. 남산 정상 인근 남측순환로 구간에 설치된 이 데크는 차량 통행이 잦은 도로와 보행 공간을 분리해 시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무분별하게 이용되던 샛길을 정비하고 생태 훼손을 줄이는 동시에 보행 안전성을 높였다.
서울시는 보행 인프라 확충을 통해 남산을 '사람 중심' 공간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오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 사업 일환으로 교통약자와 고령자,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무장애 숲길' 개념을 도입했다.
지난해 말에는 1500억원을 투입해 남산을 재정비하는 '더 좋은 남산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접근성 개선', '명소 조성', '참여형 프로그램', '생태환경 회복' 등 4개 분야가 핵심이다. 지난 1961년 건립돼 예장자락의 모습을 가로막고 있는 서울소방재난본부 건물을 2031년 철거하는 계획도 잡혔다. 남산 예장자락과 정상부 경관을 복원하는 게 목표다.
여기에는 평소에도 남산 숲길을 찾아 보행 환경을 점검하는 오 시장의 '워킹 행정'이 영향을 미쳤다. 오 시장은 북측숲길과 하늘숲길 공사 현장을 주기적으로 찾아 현장을 확인하고 시민들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오 시장은 "남산은 서울의 허파이자 시민 일상의 쉼터"라며 "접근성을 높이는 다양한 보행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남산을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열린 녹색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보행약자를 위해 조성한 '남산 하늘숲길' 내 조망 포인트인 '노을전망대'. 서울시
서울시는 보행약자를 위해 '남산 하늘숲길'을 무장애길로 조성했다.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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