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24년 기준 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서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가장 높은(77%) 국가는 노르웨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사법신뢰도가 33%에 그쳐 전체 30개국 평균 사법신뢰도(54%)를 훨씬 밑돈다.
그럼 우리보다 노르웨이가 2배이상 높은 신뢰도를 가진 이유는 뭘까. 답은 독특한 형사 사법 체계에 있다. 노르웨이는 일반 시민이 재판에 직접 참여해 유무죄와 형량을 결정하는 '참심제(Lay participation)'를 운영한다. 노르웨이의 1심과 항소심에서 '시민 판사(Lay judge)'는 직업 판사와 동등한 권한을 행사하며 재판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형사 사건의 1심을 담당하는 지방법원(City, District Court)의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직업 판사 1명과 시민 판사 2명으로 구성된다. 중범죄나 사안이 매우 복잡한 경우에는 직업 판사 2명과 시민 판사 3명의 혼합 재판부가 꾸려진다. 혼합 재판부 안에서는 가능한 한 성비(性比)를 공평하게 맞추는 것이 원칙이다.
시민 판사의 권한은 큰 편이다. 사실관계 파악, 유무죄 판단, 양형 결정 등 모든 영역에서 직업 판사와 동등한 권한을 가진다. 공판 진행 자체는 직업 판사가 주도한다. 하지만 시민 판사들이 다수결 원칙에 따라 직업 판사의 결정을 뒤집을 수도 있다.
재판이 끝나면 판사들은 비공개로 합의한다. 직업 판사가 증거의 의미를 설명하는 등 법률적 조언을 제공하며 평의를 주도하지만, 유죄 판결은 과반수로 결정되므로 다수인 시민 판사들이 표결로 직업 판사의 판단을 꺾을 수 있다.
판결문에는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을 담는다. 여기에는 시민 판사의 의견도 들어간다. 판결문에는 유무죄의 판단 근거와 형량 결정 이유가 상세히 적시된다.
항소심 과정에서도 시민 판사가 참여한다. 201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항소심 혼합 재판부는 직업 판사 2명과 시민 판사 5명이 판결한다. 판결을 위해서는 5명 이상의 다수가 유죄 평결에 동의해야 한다. 다만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는 시민 참여 제도가 없다.
한 고위 법관은 "국민의 사법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국민이 직접 법관으로 참여하는 참심제를 도입한다면 그 자체로 사법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겠지만,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김지수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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