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은 현대전의 승패가 단일 무기 성능이 아니라 다양한 전력 체계의 유기적 연동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드론과 미사일, 지휘통제 체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무기도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방산 수출 시장도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방산 시장은 '통합 전력 체계'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무기 개별 성능보다 이를 어떻게 연결해 하나의 작전 체계로 구현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현장에서도 변화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개별 무기 하나만 도입하는 방식으로는 효율적인 운용이 어렵다"며 "교육·훈련 체계와 다른 무기와의 연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합 체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방산 수출은 무기 단품이 아니라 교육·훈련·유지까지 포함한 패키지형으로 가야 한다"며 "운용과 후속 지원까지 고려하면 통합 체계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일반화된 흐름이다. 선두 주자는 단연 미국이다. 록히드마틴은 F-35 전투기를 납품하면서 기체만 넘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센서·무장·정비·데이터 연동 체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공급하고, 이후 수십 년치 유지보수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계약까지 함께 가져간다. 무기를 파는 게 아니라 운용 생태계 전체를 수출하는 방식이다. F-35 한 대 가격이 1억 달러를 웃돌지만 수십개국이 도입을 결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한번 체계에 편입되면 수십 년간 해당 공급망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록히드마틴이 이 같은 지위를 갖추게 된 것은 냉전 종식 이후 단행한 과감한 구조조정 덕분이다. 1990년대 미 국방부 주도의 방산 통폐합 과정에서 록히드는 마틴마리에타를 합병했고, 이후 노스럽의 항공 부문, 제너럴다이내믹스의 포트워스 사업부까지 흡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뒤 연구개발 투자를 집중시켜 기술 격차를 벌리는 전략이었다.
유럽의 에어버스도 같은 길을 걸었다. 프랑스·독일·스페인·영국 등 유럽 각국의 항공 방산업체들이 국경을 넘어 통합하면서 탄생한 에어버스는 항공기 납품에 그치지 않고 유지보수·훈련·부품 공급망까지 장기 계약으로 묶는 구조를 표준화했다. 군용기 부문인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는 A400M 수송기·유로파이터 등을 앞세워 유럽 내 방산 패권을 장악했다. 개별 국가 단위로는 불가능했던 규모의 경쟁력을 통합을 통해 확보한 셈이다.
전쟁 장기화와 지정학 리스크 확대 속에서 각국은 단순 전력 보강이 아니라 '즉시 운용 가능한 통합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계약 역시 장비 납품 중심에서 유지보수·훈련·데이터 연동까지 포함한 장기 패키지 형태로 바뀌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각각 따로 만든 뒤 맞추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초기 설계 단계부터 통합되지 않으면 운용 효율이나 비용 경쟁력에서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방산이 최근 괄목할 성과를 낸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폴란드에 K2 전차·K9 자주포·FA-50을 묶어 수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무기가 각기 다른 회사에서 만들어진 탓에 통합 운용 체계 구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키지 수출의 외형은 갖췄지만, 초기 설계 단계부터 유기적으로 연동된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단품 수출에서 체계 수출로 넘어가려면 구조적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방산 분야에서도 통합 체계 구축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항공기와 미사일, 지휘통제 체계를 초기 설계 단계부터 함께 구성할 경우 성능과 운용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발과 생산, 운용 단계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납기 단축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통합이 곧바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경고도 나온다. 지분 재편이나 합병은 출발점일 뿐, 실질적인 시너지를 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각 기업이 독자적으로 구축해온 데이터 체계와 운용 인터페이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은 기술적으로도, 조직 문화적으로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결국 통합의 속도와 방식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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