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척결을 내세운 금융당국이 올 들어 특히 주시하는 대상은 이른바 '핀플루언서(금융+인플루언서)'다. 중동발 증시 변동성이 한층 커진 상태에서 이들이 부적절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거나 선행 매매 등 불공정거래를 주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은 모니터링 전담반을 꾸리고 단속에 나섰고, 지난달에는 월 60만원을 받고 종목을 추천한 유튜버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개인투자자들의 정보 창구가 빠르게 바뀐 영향이 크다. 개인투자자들은 더 이상 증권사 리포트와 애널리스트 분석에 의존하지 않는다. 짧고 직관적인 영상을 앞세운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대세가 되면서 증권사나 운용사들조차 핀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에 열심이다. 그 영향력은 사실상 투자 판단을 좌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핀플루언서들이 갖는 영향력에 비교해 책임과 규제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핀플루언서는 금융투자업자가 아니기에 자격 요건이나 윤리 규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이라는 형식을 내세워 규제를 비껴가는 것도 어렵지 않다. 내부통제나 사전 심의 장치 없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이 그대로 유통되는 구조다. 더 나아가 이들은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시장 참여자이기에 이해상충 논란에도 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당국이 모니터링과 적발 강화를 예고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의견'과 '자문'의 경계가 모호해 위법성 판단이 쉽지 않고, 유료 자문이나 광고 등 대가성 입증도 까다롭다. 선행매매 역시 단순 매수·매도 흐름만으로는 부족하고 고의성과 인과관계까지 확인해야 한다. 다양한 플랫폼과 채널로 흩어진 콘텐츠를 전면적으로 관리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기에 속도차도 크다. 종목 추천 영상 한 편이 투자 판단을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과 위법성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시간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이미 시장이 움직인 뒤 이뤄지는 사후 규제로는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다.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들은 사전 승인 없는 금융상품 홍보를 제한하거나 자격 인증 제도를 도입하는 등 SNS 기반 금융 콘텐츠 관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규제의 시기나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투자 정보가 소비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짧은 영상과 확신형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는 복잡한 투자 판단을 단순한 '신호'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특정 가격대나 시점을 강조하는 방식은 투자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고, 이는 특정 종목으로의 쏠림이나 군집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석보다는 반응이 앞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핀플루언서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시장 변화의 결과다. 신뢰가 약해진 기존 정보 체계와 새로운 콘텐츠 중심 환경이 맞물리며 등장한 현상인 셈이다. 결국 모니터링 등 단순한 단속 강화를 넘어 금융 정보 생태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후 적발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정보의 생산과 유통 구조까지 함께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규제는 뒤를 쫓고 시장은 그보다 앞서 움직이는 상황이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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