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임 아니오” 발뺌하던 오픈마켓 약관 전면 시정…해킹 사고도 플랫폼이 책임진다

쿠팡·네이버·지마켓 등 7개사 약관 심사
해킹 등 보안사고 시 사업자 고의·과실 책임 부과

오픈마켓 플랫폼이 해킹 등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사업자 책임이 없다'고 규정해온 독소조항들이 대거 사라진다. 또한 플랫폼 중개자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거나, 탈퇴하는 회원의 캐시를 몰수하던 불합리한 관행도 시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약관 조항 시정을 명령한 7개 오픈마켓 플랫폼. 오유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약관 조항 시정을 명령한 7개 오픈마켓 플랫폼. 오유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 네이버, 지마켓, 11번가, 놀유니버스, SSG닷컴, 컬리 등 7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하여 사업자의 책임을 부당하게 면책하거나 이용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11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해킹은 내 소관 아님?"… 개인정보보호 책임 플랫폼에 부과

이번 시정의 핵심은 플랫폼의 '책임 회피 차단'에 있다. 그간 대다수 오픈마켓은 해킹이나 바이러스 유출 등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의 귀책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책임을 면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공정위는 이를 시정하여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경우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명문화했다. "회사가 보안 의무를 다했더라도 사고가 나면 책임지지 않는다"는 식의 무조건적 면책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플랫폼이 단순히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개자라는 점을 내세워 일률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명시한 조항들도 대거 수정됐다. 플랫폼 측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 배상 책임을 지도록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한 것이다.

"탈퇴하면 캐시 소멸?"… 소비자와 입점업체 권익 보호

이용자 편의와 관련된 불합리한 관행들도 대폭 손질됐다. 우선 회원이 탈퇴할 때 유상으로 구입한 캐시를 환불 절차 없이 즉시 소멸시키던 조항이 시정됐다. 앞으로 사업자는 탈퇴 시에도 남은 유상 캐시에 대한 환불 절차를 안내해야 한다. 또한 쿠팡 등 일부 플랫폼에서 지정된 결제 수단이 실패할 경우 사업자가 임의로 다른 수단(쿠팡캐시 등)을 선택해 결제하던 방식을 금지했다. 이는 소비자의 결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입점업체(판매자)를 향한 '갑질' 조항도 개선됐다. 판매대금 정산을 불명확한 사유로 미룰 수 없도록 정산 보류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게 했으며, 사업자가 소재지 법원(서울남부지법 등)으로 재판 관할을 한정했던 부당한 조항도 민사소송법에 따르도록 고쳤다. 또한 약관 변경 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무조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던 조항도 이용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개별 고지 방식을 강화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사고에서 플랫폼이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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