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보다 빨랐던 음모론…트럼프 만찬 총격에 '조작설' 급증

조회수 노린 인플루언서 게시물 확산
이스라엘 배후설·AI 이미지·사망설까지

백악관 출입 기자단 만찬 행사장에서 총격이 발생한 직후, 온라인에서는 사건의 진상보다 음모론과 허위 정보가 먼저 확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총격 사건을 두고 "조작됐다"는 주장부터 용의자 사망설, 특정 국가 배후설까지 근거 없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26일 연합뉴스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을 인용해 백악관 출입 기자단 만찬 총격 소식이 전해진 직후 X, 페이스북, 틱톡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책임론이 빠르게 퍼졌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트윗바인더에 따르면 26일 정오 무렵까지 X에서는 '조작된' 또는 '연출된'을 뜻하는 'staged'라는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이 30만건 이상 올라왔다. AP연합뉴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트윗바인더에 따르면 26일 정오 무렵까지 X에서는 '조작된' 또는 '연출된'을 뜻하는 'staged'라는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이 30만건 이상 올라왔다. AP연합뉴스

가장 빠르게 확산한 주장은 사건이 '연출됐다'는 음모론이었다. 일부 이용자들은 별다른 증거 없이 트럼프 대통령 측이나 다른 정치 세력이 낮은 지지율, 이란 전쟁 관련 비판 여론 등 정치적 악재를 덮기 위해 총격 사건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트윗바인더에 따르면 26일 정오 무렵까지 X에서는 '조작된' 또는 '연출된'을 뜻하는 'staged'라는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이 30만건 이상 올라왔다. NYT는 이 가운데 일부는 조작설을 반박하는 내용이었지만, 총격 직후 발생한 정보 공백을 음모론이 빠르게 파고든 장면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 용의자는 체포…조회 수 경쟁 속 미확인 게시물 수백만 뷰

용의자를 둘러싼 허위 주장도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아무런 근거 없이 용의자를 이스라엘과 연결했고,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증거처럼 공유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 RT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미확인 주장 일부를 재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에는 "용의자가 현장에서 사살됐다"는 주장도 퍼졌지만, 실제로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용의자의 정치 성향이나 범행 동기를 단정하는 게시물도 잇따랐으나, 수사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백악관 특파원 만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뮤리엘 바우저 컬럼비아 특별구 시장의 메모 모습. AP연합뉴스

백악관 특파원 만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뮤리엘 바우저 컬럼비아 특별구 시장의 메모 모습. AP연합뉴스

NYT는 이 같은 현상이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조회 수 경쟁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수익 구조와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X 등 주요 플랫폼에서는 팔로워 수와 조회 수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만큼, 대형 사건 직후 검증되지 않은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하기 쉽다는 것이다. 허위 정보는 정정보다 훨씬 빠르게 퍼졌다. NYT에 따르면 일부 게시물은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한 뒤에야 작성자가 정정 글을 올렸지만, 정정 글은 처음 퍼진 허위 주장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사건 직후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까지 발생하는 '정보 공백'이 음모론의 확산을 부추긴다고 진단했다. 클리프 램프 미시간대 교수는 NYT에 "사람들은 좋은 정보를 찾기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확인해주는 정보를 찾는다"며 "소문은 매우 빠르게 퍼지지만 오류를 바로잡는 데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어맨다 크로퍼드 코네티컷대 교수도 "진실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확립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대중은 그만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그 공백을 조작된 서사가 채우고, 그 안에는 공유하는 사람의 편견이 반영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온라인 발언도 논란에 불씨 키워

트럼프 대통령의 온라인 발언도 논란의 불씨가 됐다. 그는 사건 이후 자신이 백악관 부지에 새 연회장을 건설하려 한 이유가 바로 이런 보안 문제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후 일부 우파 인플루언서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 온 연회장 건설이 백악관 보안 강화를 위해 시급하다는 게시물을 잇달아 올렸다. 다만 NYT는 이번 만찬이 백악관이 아닌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건을 백악관 시설 보안 문제와 직접 연결하는 주장이 사실관계를 흐릴 수 있다는 취지다.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만찬에서 경찰이 워싱턴 힐튼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 밖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는 모습. AP연합뉴스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만찬에서 경찰이 워싱턴 힐튼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 밖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는 모습. AP연합뉴스

나아가 폭스뉴스 백악관 출입 기자 아이샤 하스니의 전화 인터뷰가 도중에 끊긴 장면도 음모론의 소재가 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방송사가 그의 증언을 의도적으로 차단했다고 주장했지만, 하스니는 이후 행사장 내부의 통신 신호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총격이라는 충격 못지않게, 대형 사건 직후 소셜미디어에서 허위 정보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하는지를 다시 보여줬다. 사실 확인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음모론은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았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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