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사무처 한 관계자는 필리버스터로 인한 고통을 토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장시간 발언으로 국회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을 의미한다. 소수 정당의 방어권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이다. 문제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당이 필리버스터를 선택하면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밤낮없이 근무에 임한다. 필리버스터를 한 차례 치를 때마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걸 체감한다는 게 사무처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22대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는 늘어나고 있다. 2024년 7회, 2025년 15회에 이어 올해는 4월 27일 현재 9회를 기록 중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기록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가 반복되면서 의사당 사회를 책임지는 국회의장단은 물론 사무처 직원, 국회의원 보좌진 등이 연쇄 고통을 겪고 있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3박 4일간 치러진 지난달 필리버스터 당시 비상 근무자는 450명에 이른다.
국회사무처 직원들의 퇴직이 늘어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등이 급증한 지난해 퇴직자(정년퇴직, 당연퇴직 등 제외)는 56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22명에서 43명, 평균 30.2명이 퇴직했던 것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정무직이나 별정직이 아닌 직업 공무원으로 신분이 보장된 공직자들이 잇따라 국회를 떠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모습. 조용준 기자
국회사무처 직원 등의 병가 등도 다소 늘었다. 2023년과 2024년의 병가를 낸 직원들의 평균 병가일이 6일이었던 데 반해, 2025년에는 7일로 늘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과거 하루 초과근무 수당 4시간(한 달 57시간)에 묶여서, 철야를 해도 수당조차 받지 못했던 문제는 지난해 개선됐다. 필리버스터 지원 등 상시 근무체제로 일한 공무원은 현업공무원으로 지정돼, 수당 지급이 가능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3일 필리버스터 기간 헌신한 일한 국회 사무처 직원 등과 오찬을 마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이어진 잦은 필리버스터로 (직원들의) 체력적·정신적 소모가 상당했다"며 "이렇게 많은 인원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버스터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국회의장으로 되돌아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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