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돈 된다" 식용유 사들이기도…'물가 상승'에 국경까지 넘는 이란인

이란 국경서 식용유 거래 급증
전쟁·제재 겹치며 인플레 심화
"이러다 식량 훔치기 시작할 것"

이란인들이 식용유를 구하기 위해 튀르키예 국경을 넘고 있다.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겹치며 생필품 조달조차 어려워진 탓이다.


이란 경제는 국제 제재와 미·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1월 재정난을 이유로 필수품 수입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 게티이미지

이란 경제는 국제 제재와 미·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1월 재정난을 이유로 필수품 수입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 게티이미지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서부 국경 지대인 튀르키예 카피코이 검문소에 식용유를 사들이는 이란인들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는 담배나 소형 전자제품이 주요 거래 품목이었지만, 최근엔 올리브유·해바라기유·옥수수유 등 식용유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경제는 국제 제재와 미·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1월 재정난을 이유로 필수품 수입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 한 이란 시민은 NYT에 "보조금 폐지 정책이 사재기를 해온 마피아를 잡는 효과는 있었다"면서도 "식용유 가격이 올라 튀르키예까지 사러 왔다"고 말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한 벼룩시장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AP연합뉴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한 벼룩시장 모습으로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AP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68.9%로, 지난 198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 시민은 NYT에 "예전엔 500만리알로 닭 5~6마리를 샀지만, 최근엔 2200만리알을 주고도 3마리밖에 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국경 인근 상인들은 전쟁과 경제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가령 튀르키예 접경지에서 5L짜리 식용유 한 병을 10달러(약 1만 5000원)에 사 이란으로 들여오면 병당 2달러(약 3000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내 최저임금이 월 108달러(약 16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익이다. 이란의 한 상인은 NYT에 "식용유 4병을 사서 고향에서 팔 계획"이라며 "담배보다 식용유 수익이 더 높다"고 했다.

현지 주민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NYT와 만난 이란인들은 "지금 같은 경제 상황이 계속된다면 많은 이란인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량을 훔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류 제조업에 종사하는 한 부부는 "전쟁 이전에도 1년의 절반가량을 실직으로 보낼 만큼 고용 상황이 불안정했다"고 전했다.


국경을 넘어 튀르키예로 향하는 이란 사람들의 모습. AP연합뉴스

국경을 넘어 튀르키예로 향하는 이란 사람들의 모습. AP연합뉴스


한편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 운송 및 거래에 관여한 중국 정유사와 해운사 약 40곳에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겨냥하는 '세컨더리 제재'를 본격화한 것으로, 이란의 핵심 외화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려는 조치다. 중국은 전쟁 이전 이란산 원유 전체 수출량의 80~90%를 흡수해온 최대 수입국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이란은 전쟁 40일간 미국으로부터 1만 3000여회, 이스라엘로부터 4000회의 공습을 당했으며, 민간인과 군인이 최대 각각 2000명씩 숨진 것으로 관측된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