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테크]방산중소기업이 'K방산'의 중심

경인테크, RCWS 독자개발해 대기업에 도전장
삼현, 다목적 무인차량으로 세계 무인차량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ADEX 2025 방위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방산 R&D가) 민간의 첨단 기술 산업을 이끄는 주요 촉매로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방비 증액→방산 R&D 촉진→첨단 기술 증진→경제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이 대통령은 또 "인센티브 체계 도입을 통해 국산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관계부처에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며 방산중소기업을 직접 거론했다.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방위산업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은 대기업 1조 7166억원, 중소기업 1032억원이다. 대기업의 R&D투자는 2019년 2690억 원에서 1만7166억 원으로 6.4배 급등했다. 반면 중소기업의 R&D투자는 2019년 273억 원에서 2024년 1032억원으로, 5년간 3.8배 증가에 그쳤다. 그만큼 방산 중소기업의 현실은 처절하다. 이런 분위기에도 방산 틈새시장을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도전장을 내건 방산 중소기업이 있다. 이 기업들을 만나기 위해 경남 창원시를 찾았다.


경인테크는 인도네시아 핀다드(PT Pindad)사와 2021년 사업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사진제공=경인테크

경인테크는 인도네시아 핀다드(PT Pindad)사와 2021년 사업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사진제공=경인테크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할 때 핵심부품은 발사대의 움직임과 미사일의 방향을 조정하는 구동장치다. 구동장치 기술을 보유한 중소방산기업들은 손꼽을 정도다. 1990년에 창립한 경인테크가 대표적이다. 조종 날개 구동장치, 로켓 발사대 구동장치를 생산한다. 경인테크가 보유한 기술과 제품은 30종을 웃돈다. 정밀유도무기를 생산하는 LIG넥스원과 한화도 경인테크의 구동장치를 사용한다. 경인테크는 그동안의 축적된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형태의 유도 무기용 조종날개 구동장치도 연구 개발 중이다.

독자개발로 대기업 RCWS 시장에 도전장


경인테크가 도전장을 내건 무기체계도 있다.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다. RCWS는 사수가 실내 모니터로 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원격으로 사격할 수 있는 무기다. RCWS는 이미 10년 전부터 국내 중소기업에서 개발해 수출성과를 낸 적이 있다. 2010년 아랍에미리트와 300만달러 규모로 경계 감시시스템을 수출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그 사이 대기업들도 RCWS를 개발했다.


인공지능으로 재무장 나선 방산기업들


현대위아는 지난해 ADEX 방산 전시회에서 다양한 전술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RCWS의 실물을 선보였다. 현대위아는 중·소대급에서 운용하기 용이하도록 7.62㎜ 기관총을 탑재한 소형 RCWS와 12.7㎜ 및 40㎜ 기관총 등을 결합할 수 있도록 설계한 AI(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RCWS를 전시했다. AI 기반 RCWS는 자동추적 알고리즘을 탑재해 사격의 정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원격사격통제체계도 무인화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 무기체계다. 주ㆍ야간 탐지 및 추적, 원격사격 기능 등을 갖췄다. 한화 방산 계열사들은 또 첨단 항공전자장비가 탑재된 디지털 조종석,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부대 관리 시스템, 사이버상황인식시스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했다.


7.62mm와 12.7mm을 사용하는 RCWS를 장착한 인도네시아 경전차로 올해만 500억이상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경인테크

7.62mm와 12.7mm을 사용하는 RCWS를 장착한 인도네시아 경전차로 올해만 500억이상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경인테크



이 시장에 경인테크도 뛰어들었다. 경인테크는 2021년부터 RCWS 개발에 나섰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매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수출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어려움도 많았다. RCWS 기술을 주는 곳은 없었다. 경인테크 기술진들은 세미나, 학회 등을 다니며 자료를 수집했다. 부족한 부분은 외국 서적과 논문에서 해결했다.

개발환경 어려움 속 인도네시아와 손잡고 수출 뚫어


문제는 시험할 장소와 장비였다. 국내 기업이나 군에서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인도네시아 핀다드(PT Pindad)사와 연결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반둥지역에 사격시험장을 내주었다. 총기, 탄도 제공했다. 시험 과정을 지켜본 인도네시아는 먼저 손을 내밀었고 2021년 사업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는 기동전출차량과 경전차에 장착할 RCWS를 요구하고 나섰다. 물량만 7.62mm와 12.7mm를 사용하는 RCWS 240세트다. 이르면 올해 말 500억 이상 수출될 것으로 업체는 보고 있다.


경인테크는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있다. 군수용뿐만 아니라 민수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무인잠수정 사업이다. 조류가 빠른 천해와 심해에서 작업이 가능한 다관절 수중보행로봇(CRABSTER)의 기술개발은 실용화 단계에 있다. 까다로운 수중 장애물 탐지, 각종 기뢰 제거 같은 수중 특수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최철 사장은 "구동장치는 이미 해외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납품이 가능하고 신규사업을 통해 K 방산에 보탬이 되고 싶다"면서 "중소기업의 강점은 틈새시장이며 기술력만 보유한다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무인무기체계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방산중소기업은 또 있다. 창원에 위치한 삼현이다. 이 기업의 주요생산품은 자동차의 전장 부품, 지능형 로봇의 관절 모터, 구동 시스템 등이다. 모터, 제어기, 감속기 제품과 이를 모듈화, 통합화한 3-in-1 제품을 전문으로 제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협력사로, 최종 고객사는 현대·기아차다. 방산시장에 뛰어들면서 2024년 3월에는 코스닥에도 입성했다.


모터, 제어기, 감속기 통합한 수평 안정화 장치


지난해에는 '천궁-II(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의 UAE 수출 물량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전기식 수평 안정화 장치 2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천궁-Ⅱ는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제조하는 한국의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체계다. 삼현이 개발한 전기식 수평 안정화 장치는 3-In -1 기술을 적용해 미사일 발사대, 레이다, 화포 체계 등 다양한 무기체계가 어떠한 환경에서도 자동으로 수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여기에 레이저 대공무기 체계에 활용되는 전자광학 추적장치(EOTS), 열에너지를 제어하고 교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표적획득지시장비(TADS)도 생산한다.


삼현이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호플론(HOPLON)'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세계 방산시장의 '무인화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한 공략상품이다. 사진제공=삼현

삼현이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호플론(HOPLON)'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세계 방산시장의 '무인화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한 공략상품이다. 사진제공=삼현



삼현은 방산 체계업체 납품 외에도 독자 방산 무기체계 개발을 통해 올해 매출을 2023년(649억 원)과 비교해 2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목적 무인차랑 '호플론(HOPLON)'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세계 방산시장의 '무인화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한 공략상품이다.


핵심기술 바탕으로 이번엔 무인차량도 도전


'호플론'은 삼현의 핵심기술인 3-in-1 파워트레인(EPT)을 이용했다. 배터리 교환식 설계를 통해 전장에서 작전 지속성과 전술 유연성을 극대화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호플론'은 정찰·수송·전투 지원은 물론 감시·보안·재난 대응·자율 운송 등 다양한 고객의 목적에 맞춰 적용 가능한 공용 플랫폼이다. 전장뿐 아니라 민간 응용까지 확장이 가능한 민군 겸용 무인 공용플랫폼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호플론'을 중동, 북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은 물론 국방부·경찰청 등과의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협력 등 사업모델을 추진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무인 시스템(Unmanned Systems) 시장은 2024년 약 271억 달러에서 2030년 435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인공지능(AI) 기반 전장 자동화, 통신기반 작전 운용, 자율 플랫폼 수요 급증에 따른 구조적 확장 흐름으로 분석된다. 박기원 삼현 대표이사는 "호플론은 국방혁신 4.0의 AI 기반 핵심 첨단전력 확보의 세부 과제인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을 위한 무인화·전동화·지능화를 선도하는 무인 공용 플랫폼"이라며 "우리 군의 미래 전장 환경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과 안전한 작전 수행으로 병력손실 최소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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