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인 중국 자금성의 붉은 벽에 돼지 피가 사용된 사실이 알려졌다. 악귀 퇴취가 아니라 목재 보호를 위해서다.
중국 자금성 모습.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년간 자금성을 연구한 고대 건축 전문가 저우첸 연구원의 저서 '자금성의 지붕 아래 앉아서: 자금성에 관한 50가지 질문에 답하다'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악귀를 쫓기 위해 자금성에 매년 60만t에 달하는 돼지 피를 바르며, 이 때문에 붉은 벽이 유지된다는 소문이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 피를 둘러싼 소문은 자금성에 얽힌 오래된 민간 괴담과 맞닿아 있다. 과거 수많은 관료·왕족·하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으면서 궁궐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붉은 벽의 정체를 두고도 온갖 추측이 이어졌다.
일례로 지난 1992년 폭우와 번개가 몰아치던 여름날, 다수의 관람객이 붉은 벽 앞을 지나가는 궁녀 무리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벽 도료에 포함된 산화철 성분에 의한 착시 현상으로 해석했지만, 대중은 쉽사리 납득하지 않았다. 궁궐 한쪽 우물 '진비정'에도 괴담이 따라붙는다. 지난 1900년 서태후의 명으로 후궁 진비가 이 우물에 빠져 숨진 뒤 여인이 올라오거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현재 이 우물은 철창으로 덮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성이 매일 오후 5시에 폐장하는 것 역시 귀신이 나타나기 전에 관람객을 내보낸다는 소문에 휩싸여 왔다. 다만 자금성 측은 "관람객이 떠난 뒤 직원들이 전시품을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돼지 피의 실제 쓰임은 이런 괴담과는 거리가 멀다. 저우 연구원은 책에서 "목재 구조물이나 벽 외부에 바르는 혼합물을 '디장층'이라 부르는데, 실제로 돼지 피가 들어간다"면서도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접착제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돼지 피는 벽돌재·동유·삼 등과 혼합해 코팅제를 만드는 데 쓰이며, 나무 표면에 바르면 햇빛과 비바람, 해충으로부터 목재를 보호한다. 인부들은 이 코팅층 위에 붉은 채색을 하거나 그림을 더하기도 한다. 저우 연구원은 "돼지 피 덕분에 코팅층이 더 단단하게 밀착되고 오래 유지된다"며 "명나라 때부터 옛 장인들이 고안한 과학적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자금성은 지난 1420년부터 20세기 초까지 500년 넘게 황제의 거처이자 중국 정치권력의 중심지였다. 지난 1987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황궁 건축물로 꼽힌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한 이곳에 지난해 18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전년의 1760만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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