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미래 조준]①KAI 민영화 시동…'한국형 록히드마틴' 가속도

한화, 지분율 4.99% 확보
방산도 '규모 중심 경제'로
패키지 수출·장기 유지보수 계약
한화 국내 방산업체 중 가장 근접

편집자주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은 지금 '규모의 전쟁'에 들어섰다. 무기 하나가 아니라 전력 전체를 묶어 파는 시대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화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확보는 단순 투자를 넘어 '한국형 록히드마틴' 가능성을 가늠하는 사건으로 읽힌다. 통합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 한국 방산은 '키울 것인가, 나눌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본지는 방산 통합의 명암과 구조 변화를 짚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성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중동을 다시 불바다로 만들었다.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았고, 무기 수요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는 이 격변 속에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입증하며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의 새 강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잘 만드는 것'과 '잘 파는 것'은 다르다. 글로벌 방산 시장은 이미 규모와 통합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됐다. 미국이 냉전 종식 후 수십 개 방산업체를 록히드마틴·보잉 등 5개 대형사로 통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분산된 군납 구조에 머물러선 수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경고가 K방산을 향해 쏟아지는 이유다.

[K-방산, 미래 조준]①KAI 민영화 시동…'한국형 록히드마틴' 가속도

그 변화의 신호탄을 쏜 것은 한화다. 한화는 7년 만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해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매입을 늘려 4.99%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방산업 재편 논의에 불을 지핀 이 투자를 두고 업계에서는 단순한 지분 확보가 아니라 KAI 민영화를 겨냥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AI는 한국수출입은행(26.41%), 국민연금(8.3%) 등이 대주주인 '오너 없는 기업'이다. 표면적으로는 안정적 지배구조처럼 보이지만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사이버안보연구소 대표)은 "KAI는 오너가 없다 보니 장기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단기 성과 중심으로 흐르기 쉽다"며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는 이런 구조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AI는 지난 수년간 차세대 전투기·무인기 등 미래 먹거리 투자에서 경쟁국 대비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너 없는 지배구조가 '결정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이유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방위산업연구TF 팀장)은 "정부 중심 구조에서는 투자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민간으로 넘어가면 투자 속도와 규모가 커지면서 기술 개발과 수출 대응력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언급했다.

투자 속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산 수출 시장 자체가 바뀌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은 이미 '무기 단위'가 아닌 '전력 체계 단위' 경쟁으로 재편됐다. 완제품을 납품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유지보수·후속 지원까지 묶어 장기 수익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구도에서 분산된 구조로는 수주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꼽는 것은 육·해·공·우주를 단일 체계로 묶는 수직계열화다. 각기 흩어진 역량을 통합해 패키지 수출과 장기 유지보수 계약까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K-방산, 미래 조준]①KAI 민영화 시동…'한국형 록히드마틴' 가속도

현재 국내 방산업체 가운데 이 조건에 가장 근접한 곳으로 한화가 거론된다. 민영화가 이뤄지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육), 한화오션(해), KAI(공·우주)가 하나로 결합하면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가 완성된다. 이른바 '한국형 록히드마틴'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방산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이라며 "우주 산업까지 확장되는 구조를 고려할 때 한화의 접근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방산 수출은 약 46조4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3조7000억원의 부가가치, 10만명 수준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계·전자·소재·ICT가 결합된 산업 특성상 통합 체계 구축은 생태계 전반의 확장으로도 이어진다.


향후 변수는 민영화 방식이다. 단계적 지분 매각, 통매각, 현 체제 유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전략적 투자자 중심의 분산 매각이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한화의 추가 지분 확보 가능성도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유력하게 점쳐진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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