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출근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들어가는 통근버스로 분주하다. 윤동주 기자
지난 24일 오후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종덕초 앞. 하교 시간이 되자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쏟아져 나왔고 이들을 마중 나온 3040 부모들로 북적였다.
인근 상가 앞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주민들과 학원 차량들도 눈에 띄었다.
2019년 첫 입주 이후 정주 여건이 자리를 잡으면서 고덕국제신도시가 젊은 가족들이 사는 생활권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난 24일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중심상가 모습. 윤동주 기자
반도체가 초호황을 맞으면서 평택, 동탄 등 반도체 공장 인근 부동산 시장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한동안 공급 부담과 미분양 우려가 컸지만 최근엔 사람이 몰리면서 거래가 회복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 고덕동 A중개업소 대표는 "삼성전자가 배후에 있어 직접 효과를 받는 지역"이라며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수만명의 공사 관계자들이 꾸준히 들어오면서 전·월세와 매매 수요가 함께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택 구도심의 20~30년 된 노후 아파트 거주자들이 신축인 고덕국제신도시 입성을 로망으로 여길 정도"라고 했다.
공사가 재개된 4라인(P4)과 5라인(P5)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주변으로 공사차량과 출근 차량들로 분주하다. 윤동주 기자
고덕국제신도시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4라인(P4) 투자를 재개했고 5라인(P5) 공사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확대되자 삼성전자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 건설·설비·기술 인력까지 배후 주거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고덕국제신도시 고덕동 B중개업소 대표는 "신축인 데다 삼성전자 영향을 받는다는 점, 반도체 업황이 당분간 좋을 것이라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평택의 주택 지표는 최근 들어 반등하는 모양새다. 이 지역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월 6438가구에서 올해 2월 2612가구로 1년 새 절반 이상 줄었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8월 418건에서 올해 1월 627건으로 6개월 만에 약 50% 늘었다.
'고덕국제신도시 금호어울림'은 지난 1분기 35건이 거래돼 직전 분기 대비 75% 늘었고 '고덕국제신도시 르플로랑' 역시 같은 기간 22건에서 33건으로 57% 증가했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묶이지 않은 비규제지역이라는 점도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청약과 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생활 인프라도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전철 1호선 급행 서정리역과 인접하고 GTX-A 노선 연장이 추진되는 평택지제역도 차로 15분 거리다. GTX-A 노선이 연장되면 강남권까지 30분대 이동이 가능해진다.
지난 24일 호수공원에서 바라본 고덕국제신도시 모습. 윤동주 기자
평택아트센터는 올해 1월 공식 개관했고, 평택시청·시의회 신청사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작년 12월 첫 삽을 떴다. 미국 사립학교 애니 라이트 스쿨 평택 캠퍼스도 2030년 개교를 추진 중이다.
고덕국제신도시 중심부에 자리해 개발 발목을 잡아 온 주한미군 알파탄약고 이전이 지난달 마무리된 점도 호재다. 탄약고가 빠지면서 그간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묶여 있던 3-3단계 사업 착수가 가능해졌다. 평택시는 이전 부지를 대규모 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고덕동 인구는 지난해 1월 5만3678명에서 올해 2월 6만5695명으로 1년 새 1만명 이상(1만2017명·22.4%) 늘었다. 올해 2월 기준 20대부터 40대 인구가 전체의 58.5%다. 산업단지를 낀 신도시답게 젊은 직장인과 자녀를 둔 가구가 함께 유입되는 셈이다.
신규 분양도 이어지고 있다. BS한양과 제일건설은 고덕국제신도시 3단계 개발 구역에 총 1126가구 규모 '고덕국제신도시 수자인풍경채 1·2단지'를 분양한다. 1단계 생활권과 가까워 서정리역 일대 상권과 기존 생활 인프라를 입주 초기부터 이용할 수 있다.
동탄2신도시 역시 반도체 기업을 배후로 두면서 주목받았다. 2012년 입주를 시작한 동탄2신도시 역시 초기에는 인프라 부족으로 침체했으나 고소득 젊은 세대가 직주근접을 이유로 유입되고 교통망 확충되면서 자산 가치가 상승했다.
동탄2신도시 여울동 C중개업소 대표는 "처음 몇 년간은 서울로 연결되는 대중교통망이 부족해 외면받던 동네였다"며 "2016년 SRT에 이어 2024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개통 전후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직원들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었다"고 했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 전경. 이 단지는 동탄역과 맞닿은 동탄역 롯데캐슬에 이어 '우포한'(우남퍼스트빌·포스코더샵·한화꿈에그린)으로 불리는 동탄2신도시 대표 단지 중 하나다. 단지 주변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통근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어 반도체 직장인 수요가 꾸준한 곳으로 꼽힌다. 최서윤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셔틀버스 정류장이 자리한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 아파트 인근 D중개업소 대표도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성과급 지급 시기에 맞춰 잔금 일정을 잡고 집을 산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소득과 자금 계획이 뚜렷해 매수 결정도 빠른 편"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중심거리 주변으로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윤동주 기자
다만 분양가는 변수다. 최근 고덕국제신도시에서는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분양가가 주변 신축 거래가격을 웃도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고덕국제신도시 파라곤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고덕신도시에서 분양을 시작한 아파트 분양가격이 전용 84㎡ 기준 5억4000만원 선"이라며 "인근 같은 평수 아파트가 이달 5억800만원에 거래돼 매수심리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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